“김연아 선수와 팬들에게 적절치 못한 표현이었습니다.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박태환 측에서 만나자고 해서 설명해준 건데, 그쪽에서 잘못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한때 문화체육관광부의 실세로 군림한 김종 전 문체부 2차관. 김 전 차관은 국회에서 7일 열린 ‘최순실 청문회’에서 두 스포츠 스타에게 고개를 숙였다.

김 전 차관은 지난 5월 박태환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포기를 종용하고, 이 과정에서 “난 김연아를 참 안 좋아해”라고 발언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체육계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스포츠 대통령’은 이날 초췌한 표정으로 줄곧 고개를 숙였다. 답변할 때도 의원들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이날 증인으로 국회에 처음 나온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장시호 지원 의혹에 대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김 사장이 “동계영재센터 후원 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라며 사과하려 하자 김 의원은 “그런 건 어제 이재용 부회장이 다 했으니 하지 말라”며 끊고 다그치기도 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모든 증인·참고인에게 “최순실을 만나본 사람은 손을 들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고영태 씨, 차은택 씨, 김 전 차관,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이종욱 KD코퍼레이션 대표 등 다섯 명이 손들었다. 안 의원이 “한 명 더 있다”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압박했지만 김 전 실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차씨는 박근혜 대통령을 심야에 독대했다는 소문, 고씨는 최씨와 남녀관계였다는 소문에 대해 “절대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최씨가 차씨와 친해질수록 고씨와 소원해지자 고씨가 앙심을 품었다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 고씨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함께 앉은 증인과 참고인 간의 ‘물고 물리는’ 폭로전도 눈길을 끌었다. 고씨는 최씨가 김 전 차관을 어떤 존재로 봤느냐는 질문에 “수행비서”라며 “최씨가 무시하는 발언은 안 했지만 뭔가 계속 지시하고 얻으려 했다”고 했다.

올 4월 문화창조융합벨트 본부장직에서 물러난 여명숙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형식적으로 사임이지만 실질적으론 해임이었다”며 “김종덕 문체부 장관이 ‘대통령이 아침에 내려보내라고 말했다’고 전해줬다”고 증언했다. 여 센터장은 “차은택 본부장이 문화창조융합벨트의 판을 다 짰으며, 그 판을 건들지 말라는 명령을 상부로부터 수시로 들었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