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공유형 골프레슨방 ‘더 플라자’에서 한 프로가 레슨 고객에게 스윙 자세를 알려주고 있다. 이관우 기자
국내 최초 공유형 골프레슨방 ‘더 플라자’에서 한 프로가 레슨 고객에게 스윙 자세를 알려주고 있다. 이관우 기자
우버택시, 에어비앤비, 토즈….

공간과 서비스, 편의도구 등을 나눠 쓰는 공유경제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출퇴근 차량을 택시로 나눠 타고, 민가를 숙박업소로 활용하며, 임차료가 비싼 사무공간을 여러 벤처사업가가 나눠 쓰는 신풍속도다. 이런 공유경제 바람이 골프계에도 불어닥치고 있다.

고가의 첨단 스윙 분석기와 연습장비를 갖춘 골프 레슨 아카데미를 프로골퍼와 아마추어 수련생들이 공유하는 일종의 ‘레슨방’이 한국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에서 1호 직영점을 열고 영업에 들어간 ‘더 프라자’다. 이종훈 대표(35·사진)는 “방마다 설치된 분석기로 스윙 궤도와 클럽 헤드스피드, 헤드 접근각 등 24개의 정교한 데이터를 뽑아보며 레슨과 연습을 할 수 있다”며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에게 열려있는 개방형 레슨스튜디오라고 보면 된다”고 소개했다.

스윙 분석기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소속 프로들이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진 트랙맨4를 사용한다. 이 대표는 “센서가 한 개인 기존 트랙맨과 달리 두 개의 센서가 달려 있어 공과 클럽의 움직임을 모두 잡아내는 만큼 드라이버는 물론 섬세한 퍼팅 분석까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이용자는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시간당 3만원을 내면 편하게 연습하거나 레슨을 받을 수 있다.

사회체육학(가천대)을 전공한 이 대표는 10여년간 레슨프로 생활에서 얻은 경험과 아이디어를 살려 국내 처음으로 공유형 골프레슨방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성에 공감한 금융회사 대표, 프로골퍼 등 다수의 지인이 투자했다.

골프레슨도 거품 쏙 뺀 '공유경제' 바람
그는 “박봉의 근로자나 마찬가지인 레슨프로들이 실내연습장이나 아카데미에서 갑이 아닌 을로서 겪는 아픔이 많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해 연습장이나 아카데미를 차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라며 “이런 문제의 해법을 고민하다 레슨방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형 연습장에 소속돼 있는 레슨프로는 보통 월 기본급 40만~60만원 정도를 받고 수강료를 연습장 측과 일정 비율로 분배한다. 하지만 고객의 골프백을 나르거나 전단 배포, 연습장 청소 등 허드렛일까지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등록된 프로만 8000여명에 달한다. 이들 중 일부와 해외자격증을 가진 프로를 합치면 직업 레슨프로는 수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 같은 형태의 레슨방이 늘어나면 프로들은 큰돈을 들여 아카데미를 차리거나 연습장으로 굳이 출퇴근하지 않아도 된다. 근처 레슨방을 빌려 언제든 출장 및 순회 레슨을 할 수 있어서다. 골프레슨을 받으려는 아마추어 골퍼 역시 먼 곳의 유명 레슨프로에게 찾아갈 필요 없이 가까운 레슨방에서 프로를 만나 1 대 1 출장 레슨을 받을 수 있다.

대형 TV모니터가 설치된 중앙홀은 동호회나 학교, 기업들이 세미나실로 쓸 수 있다. 이 대표는 “중앙홀은 증권사와 저축은행 등이 고객에게 신상품을 설명하는 이벤트 공간으로 이미 예약이 밀려있다”고 말했다.

더 프라자는 국내에 약 50개의 레슨방을 개설해 네트워크를 구축한 뒤 레슨에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공유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한국형 골프레슨방’의 형태로 중국, 홍콩 등 해외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