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제조업 현장…숙련 기술인력 떠난다
숙련된 제조업 기술자들이 산업 현장을 떠나고 있다.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주력 업종에서 뚜렷하다. 불황으로 인한 구조조정 여파 탓이 크다. 현장을 떠난 인력 상당수가 한국을 추격하는 중국의 경쟁 기업 등으로 빠져나가 기술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7일 발표한 ‘2016년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2대 주력 산업의 산업기술인력은 105만7310명으로 전년보다 1.5% 증가했다. 조선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 업종 기술인력은 오히려 줄었다. 조선은 6만7064명으로 전년 대비 3.9%, 철강은 6만9340명으로 2% 감소했다. 자동차는 11만5621명으로 1.4%, 반도체는 9만492명으로 0.7%, 디스플레이는 4만9401명으로 0.2% 줄었다.

빠져나간 인력 상당수는 고급 숙련 기술자다. 자동차업종에서 7668명, 조선과 철강 업종에서 각각 5730명, 4142명이 이탈했다. 1년 전 조사에서는 조선(6.7%) 철강(6.8%) 자동차(11.3%)를 포함해 12개 업종 모두에서 기술인력 고용이 증가했다.

산업기술진흥원 관계자는 “기술인력 이탈은 경기 둔화에도 좀체 고용을 줄이지 않던 기업들이 한계상황에 처했다는 방증”이라며 “중국 기업의 한국 인력 유치 경쟁도 치열해 기술 유출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무너지는 제조업 현장…숙련 기술인력 떠난다
산업현장을 떠나는 인력의 상당수는 숙련된 고급 인력이란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12대 주력산업 분야에서 현장을 떠난 기술 인력은 모두 10만4507명으로, 이 가운데 경력자가 6만8868명으로 65% 이상을 차지했다. 자동차 조선 철강 반도체 등 4대 업종에서만 2만2540명의 숙련 인력이 이탈했다.

신입 기술직의 조기(입사 1년 내) 퇴직자도 전체의 40% 가까이 달했지만 예년보다 줄어든 수준이다. 경력직 퇴직자 비율이 1년 전보다 12.4% 증가한 반면 신입 퇴직자 비율은 3.7% 감소했다.

정부는 올 들어 고급 인력 이탈이 더 가속화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제조업은 서비스업과 달리 기업 상황이 나빠졌다고 해서 금방 기술 인력을 내보내진 않는다”며 “생산시설을 놀리기 어렵고 (노조가 강해) 제도적으로 해고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분기부터 일부 업종의 기술 인력 고용이 줄기 시작했다”며 “올해 들어서는 인력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기계 업종은 작년까지 기술인력이 순증한 것으로 나왔지만 올 들어선 순감으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높다고 산업부는 추산했다.

인력 유출이 심각하다 보니 현장 기술 인력 부족을 느끼는 기업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부가 근로자 10인 이상 전국 1만1918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산업에서 기술 인력 부족 인원은 3만6933명으로 전년보다 1.5% 늘었다. 특히 바이오헬스와 소프트웨어 등 신산업 분야 부족 인력이 상대적으로 많이 늘었다.

중소·중견 규모 사업체의 부족률은 2.9%로 2012년 3.4%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지만, 대규모 사업체 부족률 0.4%와 비교하면 여전히 7배 이상 높았다. 학력별로는 고졸 부족률은 3.1%에서 2.3%로 하락한 반면 전문대졸 이상 부족률은 상승했다. 특히 대학원졸 부족률이 0.9%에서 2.4%로 크게 높아졌다.

업체들은 산업 기술 인력 부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직무수행을 위한 자질, 근로조건에 맞는 인력 부족’(34.6%)을 꼽았다. 이어 ‘인력의 잦은 이직이나 퇴직’(28%), ‘경기변동에 따른 인력수요 변동’(13%), ‘사업체의 사업 확대로 인한 인력 수요 증가’(9.4%), ‘해당 직무의 전공자나 경력직 미공급’(7.7%) 순으로 응답했다.

업체들의 내년도 채용 예상인력은 올해(5만2659명)와 비슷한 5만2629명이었다. 채용 예상인력 중 신입직 비중은 51.3%, 경력직은 48.7%였다. 경력직 비중은 2014년 44%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