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 환영합니다" >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오른쪽)이 6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타워 로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함께 500억 달러(약 58조원) 투자계획서를 펼쳐보이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 "투자 환영합니다" >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오른쪽)이 6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타워 로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함께 500억 달러(약 58조원) 투자계획서를 펼쳐보이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에게서 ‘500억달러 투자’ 선물을 받았다. 규제를 완화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당선자의 약속이 손 사장을 움직였다.

트럼프 당선자는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손 사장과 면담한 뒤 트위터를 통해 소프트뱅크가 4년간 미국에 500억달러(약 58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소프트뱅크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에 투자해 약 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손 사장은 “트럼프 당선자가 규제를 적극 완화할 것이라고 말해 미국에서 다시 한 번 사업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투자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6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대기업 총수 청문회에서는 어이없는 풍경이 벌어졌다. 한 의원은 “대기업이 외국에 투자한 돈의 3분의 1만 한국으로 옮기면 취업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규제를 완화하면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다”고 한 총수가 호소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미국은 다르다. 규제 완화와 감세를 골자로 하는 ‘트럼프노믹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정책)’에 본격 시동이 걸리기 전인데도 성과가 나고 있다.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계획인 기업이 발길을 돌리고, 해외에서는 대규모 투자 약속이 들어오고 있다.
손정의, 미국에 500억 달러 베팅…규제 풀어 기업 투자 끌어들이는 '트럼프의 마력'
◆트럼프 당선자-손 사장 ‘빅딜’ 배경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이 이날 트럼프 당선자에게 약속한 투자금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함께 조성한 소프트뱅크비전펀드(1000억달러 규모)에서 절반을 떼어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 사장은 2013년 미국의 3위 이동통신회사 스프린트를 인수한 뒤 동종업계 4위인 T-모바일 인수를 추진했다. 1, 2위인 AT&T, 버라이즌과 경쟁할 수 있는 규모를 만든다는 구상이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3강 독점 체제로 소비자 이익이 침해될 것이라는 규제당국의 반대에 부딪혀 2014년 인수를 포기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손 사장이 트럼프를 만나기 전 T-모바일 인수건 브리핑을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기업 인수합병(M&A)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손 사장이 통신회사 인수와 대규모 벤처투자를 실행하는 ‘빅딜’에 합의했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당선자도 소프트뱅크의 투자계획을 전하면서 “손 사장은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더라면 결코 이렇게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대규모 투자 유치 이어질까

랜달 스티븐슨 AT&T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미국은 높은 법인세율과 까다로운 규제가 투자 발목을 잡아왔다”며 “트럼프 정부가 세 감면 등 의미있는 개혁을 이뤄낸다면 투자 궤도를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손 사장의 손에 들린 자료 뭉치의 제목에 주목했다. 소프트뱅크와 대만 기업 폭스콘의 로고가 선명히 찍힌 자료 표지엔 ‘500억달러+70억달러 투자 약속; 5만개+5만개 일자리; 4년간’이라고 적혀 있었다.

폭스콘은 애플 스마트폰의 주요 제조업체다. 트럼프는 지난달 22일 뉴욕타임스를 방문했을 당시 기자들에게 “팀 쿡 애플 CEO로부터 축하전화를 받았을 때 애플 해외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폭스콘은 이날 소프트뱅크가 발표한 뒤 몇 시간이 지나 미국 투자를 위한 예비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경영진과 미국 관리들 간 협상이 끝나면 세부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기업 출신 인물도 활용해

8일로 당선 한 달을 맞는 트럼프는 그동안 일자리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기업 포드의 켄터키공장 조립라인과 에어컨 제조업체 캐리어의 인디애나공장 멕시코 이전 계획을 백지화시켰다. 각 기업과 1 대 1 협상을 벌이고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를 주면서다.

두 기업을 국내에 붙잡아 놓은 트럼프는 기계부품 제조업체 렉스노드를 정조준하고 있다. 인디애나주에 있는 렉스노드는 지난달 공장 이전을 멕시코로 확정한 뒤 근로자 300명을 해고해 갈등을 빚어왔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과정에서 서로 비난해온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인을 오는 14일 뉴욕에 초청해 관계 개선에도 나선다.

스티븐 므누신(재무장관 내정자), 윌버 로스(상무장관 내정자) 등 기업 출신 경영자를 정부로 영입하고, 백악관 경제자문단에 짐 맥너니 전 보잉 CEO 같은 경제계 인물을 대거 포진시킨 것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하기 정책의 일환으로 평가되고 있다.

워싱턴=박수진/도쿄=서정환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