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떨군 '간판 매니저'] 국가대표 펀드들 줄줄이 '마이너스'
이름값 못한 10대 운용사 간판 주식형펀드
한미약품 부실공시·중국발 '혐한' 악재에 치이고
삼성전자 홀로 급등하며 '간판 매니저'들 속수무책
환매 급증→보유종목 매도→수익률 하락 '악순환'
지난 5년간 이어진 박스권 장세에서도 국내 10대 운용사(자산 기준)의 대표 펀드들은 꾸준한 수익률을 냈다. 한 해 반짝 수익률을 낸 뒤 수익률 하락으로 고객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펀드들과 달랐다.
2007년 9월 설정된 삼성중소형FOCUS는 고성장 중소형주를 담아 2012년 19.92%, 2013년 5.32%, 2014년 8.11%, 지난해 19.28%를 기록한 ‘모범생 펀드’였다. 설정액 1조4000억원의 대형 펀드인 ‘메리츠코리아’ 역시 2014년 14.84%, 2015년 21.96%를 기록했다. 2014년과 지난해의 코스피 상승률 -4.76%와 2.39%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러나 올해엔 이들 펀드의 수익률이 더 떨어졌다. 펀드매니저 능력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K200인덱스(코스피200지수 포트폴리오를 복제해 투자)’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4.94%)보다 무려 15.36%포인트 낮다. 삼성전자 등 극히 일부의 대형주만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장세가 지속되는 데다 펀더멘털(실적 대비 주가)이 좋은 종목들의 부진이 겹쳐서다. 삼성중소형FOCUS와 메리츠코리아 펀드는 올해 각각 -19.09%와 -26.14%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가장 좋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인 신영밸류고배당이 -3.08%에 그칠 정도다.
충성심 높은 고객들도 속속 빠져나가고 있다. 10개 펀드 설정액(10조1582억원)의 10%가 넘는 1조1860억원(11.67%)의 자금이 이탈했다. 개별 운용사로 보면 한국밸류10년투자(3011억원)와 메리츠코리아(2730억원)에서 타격이 컸다. 자금이 추가로 들어온 펀드는 신영밸류고배당(106억원)과 NH-Amundi Allset성장중소형(153억원) 두 개에 불과했다.
◆“뭘 담아야 하나” 한숨
간판 펀드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은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출렁이는 시장상황 때문이다. 특히 지루한 박스권 장세에서 정치 테마주나 일부 작전주에 투자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예컨대 지난 9월12일엔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되는 보성파워텍 등 7개 종목의 거래 대금이 전체 코스닥 거래 대금의 22%를 차지하는 등 매거래일 대선 테마주의 거래 비중이 20% 안팎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7개 종목의 시가총액 합계는 9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등 돌발 악재가 이어진 것도 한 요인이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기업 실적보다는 수급에 따라 주가가 출렁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투자자로선 매우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비중이 높지 않은 것도 수익률 부진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20% 안팎(우선주 포함)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올 들어 40.63% 올랐다. 시가총액 비중만큼 삼성전자를 펀드에 편입했다면 수익을 올렸겠지만 10개 펀드의 삼성전자 비중은 7.74%에 불과했다.
삼성전자를 한 주도 담지 않은 펀드도 3개(메리츠코리아 KB밸류포커스 한국밸류10년투자)에 달했다. 중소형주에 투자한 기관과 외국인이 자금을 빼 삼성전자를 담는 경우가 늘면서 수익률이 더 떨어진 펀드도 많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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