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결국 하향 조정했다. 당초 2.7%로 전망했으나 2.4%로 내려 잡은 것이다. 정부가 내년 성장률을 3.0%로 전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더구나 국책연구소는 민간 경제연구소에 비해 일반적으로 낙관적 성장전망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KDI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민간 경제연구소 중에서도 가장 낮게 잡은 LG경제연구원의 전망치 2.2%에 가깝다. KDI 전망대로라면 한국은 내년에 2012년(2.3%) 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이 다가 아니다. KDI는 대외적으로 미국 금리인상 및 통상마찰 심화에 따라 신흥국 경기가 급락하거나 중국 경제가 불안해지면 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대내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성장세가 큰 폭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본 점이다. 정치 혼란이 계속되면 경제주체의 소비위축과 투자지연뿐 아니라 생산 및 노동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이 파급되면서 내수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악의 경우 내년 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치적 불확실성을 내년 한국 경제의 부정적 요인으로 보는 것은 비단 KDI만이 아니다. 민간 경제연구소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내년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큰 변수라는 데 이견이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3.0%에서 2.6%로 끌어내린 결정적 요인도 정치적 불확실성에서 기인한다.

문제는 정치권이 탄핵 표결에만 몰두할 뿐 어느 누구도 그 이후를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적 청사진이 부재한 상황이다. KDI는 대내외적 위험에 대응해 재정, 금리 등에서 충분한 확장적 거시경제 정책을 원활하게 추진할 경우 성장 둔화를 일부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치적 혼돈 상태가 지속되는 한 경제적 리더십 또한 실종일 수밖에 없다. 여야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할 로드맵이라도 시급히 제시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