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앤올룹슨 ‘91년 발자취’] B&O의 숨겨진 명기 디자이너
뱅앤올룹슨은 외부 디자이너를 고용하고 최고 권위 있는 자리를 디자이너 몫으로 넘기는 유연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했을 때 편리하도록 기술적인 측면을 고려하면서도 시간이 흘러도 지루하지 않은 디자인을 추구한다. 이처럼 디자인을 중시한 덕에 뱅앤올룹슨은 ‘산업 디자인계의 교과서’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단순한 기능적 제품을 넘어 문화와 가치를 창조한 뱅앤올룹슨의 디자인 철학과 기술력은 영상기술에도 적용됐다. TV 보급이 급격히 늘어나던 1951년 뱅앤올룹슨은 덴마크 최초의 원형 TV인 ‘프로토타입 TV’를 출시했다. 이후 손잡이와 바퀴가 달린 TV, 벽에 설치하는 TV 등 세계 최초라고 불리는 제품을 잇따라 성공시켰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컬러TV 시대에도 뱅앤올룹슨은 ‘베오비전 3000 컬러 SJ’ 등으로 성공을 이어갔다.

뱅앤올룹슨의 91년 역사는 디자이너를 빼놓고 논할 수 없다. 뱅앤올룹슨의 시그니처 CD플레이어 ‘베오사운드 9000’을 디자인한 데이비드 루이스 1가 대표적이다. 그의 디자인은 디자인 스튜디오 ‘데이비드 루이스 디자이너스’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이곳은 수석 디자이너 톨슨 벨루어가 이끌고 있다. ‘베오비전 아방트’를 비롯해 무선 스피커 ‘베오랩 17’과 ‘베오랩 18’, 올인원 무선 스피커인 ‘베오사운드 35’와 ‘베오사운드 1’을 디자인했다. 야콥 바그너2는 기계공학자이자 동시에 산업디자이너로서 반대 성질의 다양한 물질을 가지고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해 왔다. 대칭과 비대칭, 남성적과 여성적, 유기적과 기하하적 등 정반합의 조화를 꾀하는 것이다. 대표작으로는 무선 서브우퍼 스피커 ‘베오랩 19’, 프리미엄 헤드폰 ‘베오플레이 H6’, 블루투스 이어폰 ‘베오플레이 H5’가 있다.

세실리에 만즈3는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작품들 속에서도 기능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배합한다. 대표적인 작품은 뱅앤올룹슨의 포터블 블루투스 스피커 ‘베오릿 12’ ‘베오릿 15’ ‘베오플레이 A2’ ‘베오플레이 A1’이다. 우주선, 도시락 등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디자인은 평범함을 거부하는 20~30대가 뱅앤올룹슨을 찾도록 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