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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부동산시장은 역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하다 정부 대책에 영향을 받아 조정국면에 들어갔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연중 이어졌다. 지난 2월 정부는 대출 원금을 초기부터 나눠 갚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등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는 최초로 주택 공급을 줄이는 대책이 포함됐다. 이어 ‘11·3 부동산 대책’에서는 1순위 자격 제한, 재당첨 제한, 전매 제한 등 신규 분양시장에 대해 규제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각종 규제책이 쏟아져 나오며 11월 이후 국내 부동산시장은 열기가 식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11월 이후 5주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2일 기준)은 1주 전에 비해 0.02% 떨어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내년에 부동산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정책들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미국 금리 인상, 입주 물량 부담, 대통령 선거 등도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내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유예 끝

전국의 재건축 예정 단지들은 내년이 가기 전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기 위해 부지런히 뛰고 있다. 2018년부터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적용돼서다. 이 제도는 재건축을 통해 얻는 개발이익이 조합원 1인당 평균 3000만원이 넘을 경우 이익금의 최고 50%를 세금으로 내도록 한 제도다. 2006년 도입돼 2012년까지 부과됐다. 이후 2017년 말까지 제도 시행이 한시적으로 유예된 상태다.

이런 이유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다수의 조합은 2017년 12월31일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기 위해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강남권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신규 분양단지들이 쏟아져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신탁 방식 재건축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기존의 조합 시행 방식은 5단계(추진위 구성→정비업체·설계자 선정→창립총회·조합 설립→건축심의·사업시행인가→시공사 선정)를 거쳐야 해 사업 시작부터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까지 최소 2~3년 걸린다. 반면 신탁사 단독 시행 방식은 3단계(신탁사 지정→업체 선정(설계사, 시공사 등)→건축심의·사업시행인가)로 줄어들어 기존 조합 방식보다 빠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이미 경기 안양 진흥·로얄아파트와 서울 용산 한성아파트는 신탁사가 단독 시행자로 지정돼 사업을 이끌고 있다.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 공작아파트, 신반포궁전아파트 등 주요 재건축 단지도 신탁 방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부동산시장이 호황일 때는 강남부터 열기가 시작됐고, 침체될 때도 강남부터 얼어붙었다”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실시로 강남 재건축 유인이 줄어들면 강남에서 유동자금이 빠져나가고, 그 여파가 다른 지역, 다른 부동산 상품까지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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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금 대출 규제 도입

내년 1월1일부터 분양 공고되는 아파트 단지는 집단대출 중 중도금뿐만 아니라 잔금 대출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받는다. 또한 잔금 대출 때도 소득 증빙이 의무화되고 처음부터 이자와 원금을 함께 갚아가는 비거치, 분할상환 원칙이 적용된다.

건설회사들은 내년 집단대출 규제 강화 여파를 피하기 위해 분양 비수기인 이달 막판 분양에 나서고 있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이달 분양 물량은 전국 78개 단지, 4만9777가구다. 2009년 이후 12월 분양 물량으로는 지난해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수치다.

내년 안에 전용면적 85㎡ 이하 민영주택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청약가점제 자율시행’도 실시한다. 단 ‘11·3 부동산 대책’의 조정 대상 지역(37개 시·구 해당)은 기존 가점제가 유지된다.

‘소형 주택 전세보증금 비과세’도 임대주택 사업자에게 큰 영향을 미칠 제도로 꼽혔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소형 주택(전용 85㎡ 이하, 기준시가 3억원 이하 주택)의 전세보증금 비과세’를 2년간 유예하는 법안이 수정 통과됐다. 다만 소형 주택 기준이 전용 85㎡에서 60㎡로 축소됐다. 기존에는 비소형 주택 3채 이상 보유자의 전세 보증금에 대해 세금을 매겼다. 비소형 주택에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전용 60㎡ 이상~85㎡ 이하의 ‘중소형’ 주택이 새로 포함된 것이다. 김구열 IBK기업은행 WM사업부 세무팀장은 “그동안 전용 85㎡는 4인 가구가 선호하는 주택형으로 임대사업자가 많이 매입했다”며 “앞으로는 임대사업자들이 전용 85㎡를 매입하는 것을 꺼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논란이 된 ‘연 2000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비과세’는 2018년까지 2년간 연장하는 것으로 여야가 합의했다. 임대소득 과세마저 시행되면 세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임대하던 집을 팔려고 내놓으면서 집값 하락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은 이미 주택만큼 과열된 상황인 데다 금리 인상으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며 “내년 상황에 딱히 유망한 부동산 투자상품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