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10년 만에 신부총장 나오나
공석 중인 서강대 총장이 8일 선임된다. 지난 9월 유기풍 전 총장이 가톨릭 예수회 중심의 학교법인 지배 구조를 문제삼으며 사퇴한 가운데 예수회 신부 신분의 새 총장이 선출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강대 학교법인은 8일 이사회를 열고 15대 총장을 선임한다고 6일 밝혔다. 유 전 총장이 사임한 지 70일 만이다. 유 전 총장은 사퇴 당시 “이사회 반대로 남양주 제2캠퍼스 설립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며 “이사회가 예수회를 상전으로 모시는 기형적 지배구조에서 서강대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새 총장 후보는 예수회 신부인 박종구 종교학과 교수와 임성호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연구원이다. 학교 안팎에서는 박 신부가 새 총장에 뽑힐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법인 이사 11명 중 5명이 예수회 소속이며 2명은 예수회가 추천한 이사”라며 “교내에서는 예수회 측 인사인 박 신부가 총장으로 선출되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 전 총장 사퇴 이후 ‘총장 내정설’이 돌면서 일부 학생과 총동문회가 총장 선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다. 지난달 열린 새 총장 후보자 소견 발표회에서 일부 학생이 시위하며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 재구성과 박 신부 사퇴를 요구했다. 총추위 소속 동문 대표 4명은 총장 내정설에 반발하며 사퇴하기도 했다. 총동문회 관계자는 “예수회가 총장 선거를 통해 학교 경영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예수회는 규모의 성장과 경쟁을 지양하는 특유의 교육철학을 갖고 있어 동문과 학내 구성원들이 학교 발전 가능성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박 신부가 총장으로 선임되면 10년 만에 신부 총장이 나온다. 2005년 선출된 손병두 총장(12대) 이전까지는 모두 신부 총장이었다. 이후 이종욱 총장(13대)과 유 전 총장 등 비신부 총장이 잇따라 선출됐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