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좌: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 좌: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참석해 한국 재벌 기업의 문화는 '조직 폭력배'와 같다고 발언했다.

이날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한 주 전 사장 자리는 공교롭게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바로 뒤였다.

주 전 사장은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한화증권이 내놓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보고서에 대해 질의하자 "당시 금춘수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사장)이 그런(부정적) 보고서를 쓰지 말라고 했다"며 "한국인으로서 창피했다"고 밝혔다.

한화증권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진행되고 있을 때 국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합병과 관련해 부정적 보고서를 두 차례 발표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방해로 합병이 성사되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고 삼성물산을 '팔라'고 매도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주 전 사장은 "보고서 이후 금 사장이 '당신 때문에 삼성 장충기(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로부터 불평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며 "더는 이런 보고서를 쓰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주 전 사장은 이 일이 있은 후 한화그룹으로부터 임기 중반에 사임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지난 2월 사임했다. 이와 달리 금 사장은 올해 한화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주 전 사장은 또 손 의원이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사장에서 물러나라고 압력받았냐'고 묻자 "두 번째 보고서 이후 김연배 전 한화생명 부회장이 '보고서 때문에 구조본이 격앙돼 있다'고 했다"며 "'김 전 부회장은 '이러면 주 사장이 물러나야할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 전 사장은 "한국 재벌은 기본적으로 '조직 폭력배' 운영하는 방식과 똑같다"며 "누구라도 말을 거역하면 확실하게 응징해야 다른 사람들이 따라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문회에 또 다른 참고인으로 나온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는 "금 사장이 주 전 사장에게 물러나라고 한 건 당연히 회장 뜻일 것"이라며 "하지만 김승연 회장은 한화증권 주식도 한 주 없고, 등기이사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장 회사 주주의 뜻에 따라 뽑힌 사장을 물러나라고 하는 건 우리나라 지배구조가 얼마나 엉망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내 '승계'가 아닌 회사의 일이었다"며 "두 회사가 합병한 지 아직 얼마 돼지 않은 만큼 조금 기다려주면 올바른 결정이었다는 걸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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