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혜원 기자 ] 올해 내수 부진에 시달린 현대·기아자동차가 내년 신차 출시로 분위기 전환에 나선다. 공략 카드는 전통적 인기 모델이다. 올해 말 출시해 내년 본격 판매에 나서는 신형 그랜저를 포함해 신형 모닝, 쏘나타 부분 변경 모델 등으로 내수 점유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신형 그랜저. / 현대차 제공
신형 그랜저. / 현대차 제공
◆ 쏘나타·모닝 등…인기 차종 중심의 신차 8종 출시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내년에 최소 8종의 차량을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달 말 출시돼 내년 상반기 판매가 본격화되는 신형 그랜저를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판매가 이뤄지는 신차는 총 9종 이상으로 볼 수 있다.

현대차는 내년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 버전을 내놓으며 그랜저의 인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내수 판매 목표는 10만대로 잡았다. 올해 1~11월 그랜저는 5만1486대 팔렸다. 신형 출시 이후 판매량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만큼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1분기에는 현대차의 대표적 '베스트셀링카' 쏘나타도 새롭게 내놓는다. 내·외관 디자인을 대폭 바꾼 부분 변경 모델이다. 2분기에는 하이브리드 버전을 출시해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 또한 최근 인기가 높은 차급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현대차 최초로 출시한다.

현대차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는 소형 모델인 G70을 통해 판매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간 EQ900, G80 등의 대형 모델을 출시하며 프리미엄 시장 고객층을 공략해온 제네시스는 G70 출시로 일반 대중 고객층을 넓힌다는 복안이다. 3분기 출시 예정으로 가격은 4000만원대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다음달 경차 모닝을 출시하며 연초부터 '신차 효과'를 누릴 예정이다. 신형 모닝은 2011년 2세대 모델 출시 이후 5년 만에 완전 변경(풀 체인지)을 거친 모델이다. 모닝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8년 연속 경차 부문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모델 노후화와 한국GM의 신형 스파크 출시로 올해 초 선두 자리를 내준 바 있다.

기아차는 또 내년 상반기 첫 스포츠세단을 선보이고 7월에는 소형 SUV 신차를 출시한다.

이재일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는 내년 탄탄한 신차 라인업으로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중형 세단 쏘나타, 소형 SUV 등 소비자 선호도와 경쟁력이 높은 차종을 출시하면서 판매 증대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왼쪽부터) 현대차 아이오닉과 제네시스 G80.
(왼쪽부터) 현대차 아이오닉과 제네시스 G80.
◆ 올해 신차 판매 비중 적어

올해 현대·기아차는 지난 10월 내수시장 점유율이 58.9%로 떨어지는 위기를 경험했다. 60% 벽이 무너진 것은 2000년 현대차그룹 출범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75.3%까지 회복했지만 판매량은 전년보다 낮다. 지난해 11월과 비교해 13.1% 감소했다.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중단과 노조의 대규모 파업이 겹치면서 판매량이 크게 떨어졌다. 주력 모델이 노후화된 가운데 대중성이 떨어지는 차종 위주의 신차를 출시한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당장의 판매보다는 라인업 폭을 넓히는 차원이 강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에서 내놓은 아이오닉은 폭발적 판매량 증가를 보이지 못했다. 국내 시장에선 아직 낯선 친환경차 전용 모델인데다가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이 부족해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했다. 높은 가격대의 프리미엄 차종인 제네시스 G80도 마찬가지였다. 판매 비중이 크지 않았다. 올해 1~11월 아이오닉은 9481대, 제네시스 G80은 3만8707대 팔렸다. 총 58만6481대의 현대차 판매량 중 각각 약 1.6%와 6.6%를 차지하는 수치다.

기아차도 비슷했다. K7, 모하비를 제외한 니로, 카렌스, 쏘울 등 신차 대부분의 판매량은 낮은 수준이었다. 1~11월 니로의 판매대수는 1만7081대, 카렌스는 2885대. 쏘울은 2209대로 판매 하위권을 차지했다. 기아차 전체 판매량은 48만5400대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올해 내내 새로운 차종 확대에 몰두했다. 브랜드 초기의 입지 다지기를 위해 투입된 G80이나 새로운 차종인 친환경차 아이오닉, 니로 등이 그 예"라며 "이들 모델은 판매량보다는 라인업 확대를 위한 미래 투자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