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회사 파나소닉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자동차 부품기업으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지난해 스페인 사이드미러 기업인 휘코사인터내셔널에 출자한 데 이어 오스트리아 자동차 전조등 제조업체인 ZKW그룹 인수를 추진 중이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ZKW그룹 인수를 위한 최종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인수 금액은 최대 1000억엔(약 1조300억원)으로, 이르면 이달 세부사항에 합의하고 기본 계약을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

ZKW그룹은 1938년 설립된 자동차 부품업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에 자동차 LED(발광다이오드) 헤드라이트를 공급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90억유로(약 11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자동차용 전조등 시장은 일본 고이토제작소와 프랑스 발레오그룹이 약 50%를 점유하고 있다. ZKW그룹은 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전조등은 자율주행자동차의 안전성을 좌우하는 주요 부품 중 하나다. 관련 부품업계는 자율주행차의 진행 방향을 예측해 전조등이 비추는 방향을 전환하거나 밝기를 자동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센서 분야의 우수 기술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전조등을 개발해 고이토제작소와 발레오 등 세계 2강을 따라잡는다는 전략이다.

파나소닉은 2012~2013회계연도 2년간 구조조정 과정에서 1조5000억엔 넘는 순손실을 기록한 뒤 자동차 사업을 강화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과 차량용 배터리(리튬이온 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와 공동으로 미국 네바다에 50억달러를 투자해 초대형 리튬이온전지 생산기지인 ‘기가팩토리’를 건설하고 있다. 지난해엔 휘코사인터내셔널에 지분 49%를 출자해 전자미러 공동 개발에 나섰다. 2018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에 자동차 관련 매출을 2015회계연도 대비 50% 증가한 2조엔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