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오각파도 휩쓸린 경제, 특단대책 시급하다
한국 경제에 ‘오각 파도’가 한꺼번에 몰아치고 있다. 첫째, 경제활력이 전방위적으로 추락하고 있다. 수출·소비·투자 트리플 추락으로 제조업 가동률이 70%까지 하락했다. 3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0.6%로 4분기 연속 0%대다. 건설투자 0.5%, 정부지출 0.2% 성장기여도를 제외하면 -0.1%다. 조선·해운·석유화학·철강 등 주력산업은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고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자동차와 전자에까지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둘째, 통상압력과 환율전쟁의 ‘트럼프 쇼크’가 강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전면 재검토와 중국 제품 45%, 멕시코 제품 35% 등 고율관세 부과를 선언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주요 교역대상국에 환율 절상압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 FTA가 재협상되면 한국은 연간 수출 54억달러, 일자리 5만개, 부가가치 18조원이 줄어들어 성장률이 0.24% 하락할 전망이다. 원화가치 절상압력으로 추가 수출감소도 우려된다. 1980년대 후반 미·일 싸움에 한국이 타격을 받은 것처럼 미·중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관세인상, 원화가치 절상압력을 피해 한국 기업들의 미국 이전도 예상된다.

셋째,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경제는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당선자가 공언한 대로 미국의 45% 관세부과, 환율조작국 지정이 이뤄지면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중국은 현재 제조업가동률이 50%대까지 하락해 기업 부실과 금융 부실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에 수출의 26%를 내보내고 있는 한국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넷째,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 미국은 3분기 경제성장률이 3.2%, 11월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인 5.0%보다 낮은 4.6%를 기록하는 등 경제 성장이 잠재성장 수준을 소폭 웃돌고, 소비자물가상승률도 1.6%(10월)에 이르는 등 경기가 완연하게 회복됐다. 이에 따라 이달 초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되고 내년에도 2회 정도 더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의 1조달러 인프라투자 공약으로 이미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트럼프 발작’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데다 금리 인상은 달러강세를 가속화해 신흥시장국으로부터 자금유출을 촉발시킬 것이다. 한국은 외화유동성 경색까지 나타날 수도 있다.

다섯째, 선거철마다 다가오는 정치위기와 국정공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터져 나온 ‘최순실 사태’로 트럼프 쇼크에 대한 대비책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발등의 불인 조선·해양·철강 등 기업구조조정은 노동개혁법이 실종돼 뒤로 미뤄지고 있다. 기업들도 새해 신규사업계획을 수립하기는커녕 특검과 국정조사 대비로 비상상황이다. 이러다가는 1997년, 2008년과 같은 경제위기가 초래될 수도 있다.

여야는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정쟁을 중지하고 위기 예방에 초당적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선 현재 한국 경제의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올바른 처방을 할 수 있는 전문성과 비전을 갖고 뚝심 있게 정책을 추진할 경제부총리를 선임해 경제정책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 한시적으로 경제정책에 대해 면책권도 부여해 복지부동 경제관료들이 경제살리기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면한 기업구조조정은 내년 대선정국 시작 전에 마무리하고, 실종되고 있는 구조개혁·규제혁파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외자 유출에 대비한 충분한 외화유동성 확보와 미국 새 행정부의 통상압력과 환율전쟁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도 긴요하다.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 /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