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환경상품협정(EGA)이 결국 타결되지 못했다.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보호라는 명분 아래 2014년 시작된 EGA 협상은 소위 ‘녹색기술’ 이용 제품에 무관세 혹은 5% 이내의 저율관세를 적용하자는 것으로, 올해 타결을 목표로 진행돼 왔다. 한국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17개 참가국은 18차례 협상에서 대상 품목을 304개로 줄이는 등 성과를 낸 듯했으나 관심·민감 품목에 대한 국가별 입장 차가 컸다.

주요 협상 품목에는 태양광·풍력·수력 등 신재생에너지 제품을 비롯해 펌프·밸브 같은 수처리 제품, LED조명·고효율 전동기 등 에너지 효율 제품까지 망라돼 있다. 굳이 환경상품이니 녹색기술이란 거창한 카테고리로 포장하지 않아도 기업들이 글로벌 소비자층을 의식해가며 자연스럽게 개발해 보급에 나설 제품들이다. 단지 ‘환경상품’이라며 관세를 없애면 저가 중국 제품의 무차별 범람 같은 문제도 파생될 수 있다.

일괄적으로 관세를 철폐할 경우 나라마다 유불리한 품목이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도 콘덴싱보일러·LED조명·온수기 등은 유리하나 전기류·펌프류 같은 품목은 불리해진다고 한다. 환경상품이나 기후변화 공조라는 환경근본주의적 관점에 쫓겨 새로운 무역 규준을 성급히 도입하려는 논의 자체가 무리였다. 정부가 우리 산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한 뒤 향후 일정에 임해야 하는 이유다.

저탄소와 기후변화 이슈, 환경보호 아젠다는 정말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정 탈퇴 공약을 내건 데 이어 이번에 EGA가 불발된 것은 숙고해볼 일이다. 지구온난화는 과학이 아니라는 그린피스 공동 설립자의 언급도 있었고, 지구온난화가 사기극에 불과하다는 지적까지 과학계 내부에서 나온 판이다. 검증도 안 된 온난화 이슈에서 환경근본주의에 경도돼 마치 국제사회의 모범생이라도 되려는 듯 강박증까지 보인 게 환경부 등 우리 사회 일각의 모습이었다. 온실가스에 대한 과도한 규제도 그렇게 나왔다. 브레이크 걸린 기후변화협약과 EGA를 보면서 환경 조급증에서 조금은 벗어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