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기근' 조선업, 연말연초 대형 계약 터진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성동조선해양 컨소시엄이 연말·연초 각각 10척의 선박을 수주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최악의 불황기를 버텨낼 ‘가뭄 속 단비’로 평가받고 있다.

4일 조선·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이란 국영선사 이리슬(IRISL)로부터 대형(1만4400TEU급) 컨테이너선 4척, 중형(5만dwt급) 탱커선 6척 등 선박 10척을 수주하게 됐다. 계약 규모는 6억5000만달러(약 7622억원)며 이르면 이달 안에 수주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컨테이너선과 탱커선 척당 가격은 각각 1억1000만달러와 3500만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인도 시점은 2018년 3분기부터다.

현대중공업의 이번 수주는 이란 제재가 해제된 뒤 첫 선박 건조 계약이다. 이란은 제재 이후 늘어나는 교역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이리슬을 통해 대규모 시리즈 발주를 하고 있다.

이번 수주에는 과거 인연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이 이리슬과 2008년 17척(석유제품선 10척, 벌크선 7척)의 선박 계약을 맺었다. 2011년 이란 제재가 시작돼 벌크선 1척을 제외한 16척의 건조가 진행되지 않아 이미 지급한 계약금이 묶여버린 것도 이리슬이 이번에 현대중공업에 수주를 맡기는 한 요인이 됐다.

현대미포조선은 이에 앞서 독일 베른하르트슐테로부터 7500㎥급 LNG벙커링선 1척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LNG벙커링선은 LNG추진선에 LNG를 공급하는 선박으로, 이번 계약에는 1척의 옵션이 포함돼 있어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현대미포조선이 이번에 수주한 선박은 길이 117m, 폭 20m, 높이 10.3m 규모며, 2018년 하반기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과 성동조선해양도 손을 잡고 브라질에서 탱커 6척, 유럽에서 4척 등 총 10척의 탱커를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 수주 계약은 이달부터 시작해 다음달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말했다. 삼성중공업과 성동조선은 이번 수주를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성동조선과 경영협력 관계인 삼성중공업이 대표로 수주하면 성동조선이 선체 하부 건조를 맡는 방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과 성동조선,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8월 성동조선 정상화를 위한 경영협력 협약을 맺었다. 올해 초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 협약으로 삼성중공업은 성동조선의 영업, 구매, 생산, 수주 등을 지원해 사실상 위탁경영에 준하는 권한을 갖게 됐다. 성동조선은 삼성중공업 덕분에 경영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고 삼성중공업은 성동조선의 야드를 빌려 쓰고 블록의 제작을 맡겨 원가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대형조선사로서 취급하기 어려운 중형선박 등 다양한 선종의 수주가 가능해졌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장기적으로 기술 설계 분야에 집중하고 중소형 선박 제작은 외주(아웃소싱)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