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집회가 타오르기 직전 3일 새벽 여야합의로 통과된 ‘2017년 예산’은 올해도 여지없는 ‘쪽지 파티’로 막을 내렸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쪽지는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이 있었지만, 의원들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예결위원장을 포함한 여야 간사 등이 ‘올해는 결단코 쪽지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건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더구나 한쪽에선 대통령 탄핵을 위협하는 와중에 다른 구석에서는 몇몇이 모여 앉아 나랏돈을 찢어먹고 갈라먹는 형장의 파티를 벌였다.

쪽지예산은 근절되기는커녕 사상 최대 규모로 커졌다. 심사 막판에 끼어든 4000여건, 40조원의 지역구 민원예산 중 최종 증액분은 5조142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조~3조원이던 다른 해의 2배에 해당하는 액수다. ‘최순실 예산’이라며 삭감한 4000억원도 대부분 실세의원들이 내민 쪽지예산으로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영세 문화콘텐츠사업, 벤처기업 지원 등 꼭 필요한 예산이 희생됐다. 가상현실콘텐츠사업비(-81억원), 문화박스쿨사업비(-35억원) 등이 대거 사라졌다. 수법은 더 악랄해졌다. 소위 ‘쪽지의 족보’를 만들기 위해 상임위에서 서로 상대 의원의 지역예산 관련 발언을 해 주는 ‘질의 품앗이’가 횡행했다. 이것이야말로 국회가 저지르는 범죄의 공모였다. 가뜩이나 누리과정 등 복지재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쪽지예산 때문에 복지예산까지 줄삭감됐다. 이들 스스로가 범죄적 예산 탈취를 포기할 의사가 없음도 명확해졌다.

국회의원들이 예산안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나 한 것인지부터가 의심의 대상이다. ‘면허받은 도둑’이라는 극단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정부는 쪽지예산을 부정청탁으로 간주하겠다는 유권해석을 예산심사 전에 이미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국회는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 없이 막판에 증액심사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밀실에서 결정하는 구태를 반복했다. 정부는 ‘쪽지 파티’의 주범들을 당연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유일호 장관은 그들을 반드시 자신과 함께 사직당국에 고발해야 한다. 그게 경제부총리의 마지막 과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