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53회째를 맞은 무역의 날은 여느 때보다 우울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무역 1조달러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등 ‘수출 한국’에 적신호가 켜졌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가득 쌓여 있다. 한경DB
올해로 53회째를 맞은 무역의 날은 여느 때보다 우울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무역 1조달러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등 ‘수출 한국’에 적신호가 켜졌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가득 쌓여 있다. 한경DB
한국의 수출전선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2014년 5727억달러에 달하던 수출액은 2년 연속 감소하며 올해 497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수출액이 5000억달러를 밑돈 것은 2010년(4664억달러) 이후 6년 만이다. 수출이 극도로 부진하면서 5일 열리는 ‘제53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수출의탑’을 받는 기업도 눈에 띄게 줄었다. 14년 만에 100억달러 이상 수출탑을 받는 기업도 사라졌다.

6년 만에 수출 5000억달러 무너져

'수출 1억불탑' 5년새 129개서 55개로…"수출기업이 아프다"
올해 1~8월 한국의 수출액 감소율(전년 동기 대비)은 8.8%에 달했다. 같은 기간 세계 평균 감소폭(4.4%)보다 두 배 높은 수치다. 세계 경제성장 둔화와 교역량 감소로 거의 모든 나라의 수출이 줄었지만 한국이 유독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세계 수출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작년 3.46%에서 올해 3.35%로 0.11%포인트 쪼그라들었다. 반면 독일(0.50%포인트 상승) 일본(0.22%포인트) 프랑스(0.10%포인트) 네덜란드(0.08%포인트) 홍콩(0.05%포인트) 등 주요 수출국의 점유율은 일제히 올라갔다. 그 결과 지난해 6위에 오른 수출 세계 순위도 프랑스 홍콩에 밀려 8위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 수출이 부진한 원인으로는 조선 철강 반도체 등 주력 제품 대부분이 경기 변동에 민감한 품목들이라는 점이 꼽힌다. 한국무역협회 조사 결과 지난해 한국 수출에서 13대 주력 품목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8.6%에 달했다. 일본(64.6%) 중국(62.3%) 미국(41.9%) 등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13대 품목의 수출 감소율은 작년에 9.4%, 올해(1~10월) 9.6%에 달했다. 전체 품목의 수출단가도 글로벌 공급과잉 등 영향으로 같은 기간 각각 11.3%, 9.1% 하락했다.

자동차 스마트폰 등 주요 품목의 해외 생산이 확대되고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좁혀지면서 경쟁이 심화된 것도 수출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012년 52.7이던 중국과의 수출경합도(경쟁품목이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는 지난해 55.7로 상승했다. 현대자동차 등의 파업과 삼성 갤럭시노트7의 리콜·단종 사태 등도 단기적으로 수출실적 악화를 부채질한 요인이다.

수출의탑 수상기업 급감

매년 무역의 날에 수여되는 수출의탑은 기업이 일정 수출액(연간 100만달러 이상)을 처음 달성할 때마다 한 번만 받을 수 있다. 기업의 수출실적이 얼마나 성장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수출의탑 수상기업은 2011년 1929개에서 올해는 1209개로 줄었다. 2004년(1191개) 이후 12년 만에 가장 적은 숫자다. 수출 1억불탑 이상을 받은 기업도 2011년 129개를 정점으로 2013년 94개, 작년엔 59개로 감소했다. 올해는 작년보다도 4개가 줄어든 55개에 그쳤다.

특히 올해 100억불탑 이상을 받은 기업은 단 한 곳도 나오지 않았다. 2002년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2014년과 작년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750억불탑과 150억불탑을 받았다. 10억불탑 초과 수상기업도 한화토탈(50억불탑) 한 곳뿐이다. 지난해엔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가 각각 50억불탑, 현대다이모스 40억불탑, 르노삼성차가 20억불탑을 받았다.

그나마 올해 저유가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정유·석유화학업계가 체면치레를 했다. 한화토탈에 이어 태광산업이 10억불탑, 한국바스프가 7억불탑 고지에 올랐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대표는 대기업 중 유일하게 금탑산업훈장을 받는다. 한화토탈은 김희철 대표의 은탑산업훈장 수상으로 ‘겹경사’를 누리게 됐다.

오형주/김순신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