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생보사 보험료 수입, 국내 대형3사 처음 앞질렀다
저금리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신규 수입보험료에서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3사를 처음으로 앞지른 것으로 나타나 주목받고 있다. 국내 대형사들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일시납 저축성 보험 비중을 줄여온 반면 동양생명 등 외국사들은 정반대 전략으로 규모를 키우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4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 2분기 초회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에서 외국계 생명보험사는 26.4%를 기록한 데 비해 국내 상위 3사인 삼성 한화 교보생명은 24.6%에 그쳤다. 초회보험료는 보험가입자가 보험계약을 맺은 뒤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다. 보험사가 신규 계약을 얼마나 유치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대형 3사는 2, 3년 전까지만 해도 초회보험료 시장점유율에서 40%가량을 차지했다. 대형 3사를 뺀 국내 보험사들이 48% 수준이었고, 외국계는 11~12%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중국 안방그룹이 지난해 9월 동양생명을 인수한 뒤 상황이 달라졌다. 동양생명이 외국사로 분류된 데다 이후 공격적인 저축성 보험 영업에 나서면서 점유율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동양생명은 올해 상반기에 저축성보험인 양로보험을 제휴은행 창구에서 일시납 형태로 적극적으로 판매했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동양생명의 양로보험은 연 2% 후반의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해 인기를 끌었다. 최저보증이율은 보험사가 지급을 보장한 최저금리를 말한다. 양로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소득세가 없어 자산가들의 세테크 수단으로도 활용됐다.

반면 대형 3사는 올해 저축성 보험 판매를 줄이고 고령자와 유병자를 위한 보장성 보험에 집중하고 있다. 최원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형사들이 금리변동 리스크에 대비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크게 줄였다”며 “당분간 이 같은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안방그룹이 알리안츠생명 인수까지 마무리하면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이 함께 적극적으로 저축성 보험 판매에 나설 수 있다”며 “과거처럼 국내 대형사들이 시장점유율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