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아시아·신흥국 등의 금융시장에서 글로벌 자금 탈출이 일어나고 있다. 불확실성 증가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는 데다 강(强)달러 신호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예측되는 것도 아시아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와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 이후인 지난달 10일부터 3주간 신흥국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70억달러(약 20조원)에 이른다. 신흥국 주식펀드와 채권 펀드에서 각각 73억달러, 97억달러가 순유출됐다. 아시아 증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가장 많았다.

달러화 강세는 신흥국에서 자본유출 압력을 높이고, 대외채무 부담을 가중시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한 달여간 한국 인도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7개국 주식시장에서 모두 86억5300만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블룸버그통신은 “재무장관으로 공식 지명된 스티븐 므누신의 침묵이 투자자에게는 강달러를 용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신흥국의 통화 가치도 일제히 급락했다. 인도 루피화는 지난달 8일 달러당 66.62루피에서 3주 만에 68.22루피로 올랐다. 같은 기간 필리핀 페소화 가치도 달러당 18.32페소에서 20.63페소로 하락했다. 유로, 엔, 파운드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2005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한 달 새 화폐가치가 12% 하락한 터키는 러시아 중국 이란과 거래할 때 달러가 아니라 현지 통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 후 금리인상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북미 주식펀드에도 돈이 몰렸다. EPFR에 따르면 11월10일부터 3주에 걸쳐 선진국 주식펀드로 410억달러가 순유입됐는데, 이 중 북미 주식펀드로의 유입액이 408억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아시아로부터의 자금 탈출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