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일간 노숙농성한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지나 효자치안센터까지 도착
미수습자 가족 "세월호 인양은 우리에겐 가족을 만나는 일"


세월호 유가족의 눈물이 청와대에서 100m 떨어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 뿌려졌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963일만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2년 이상 지난 세월호 참사가 다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416가족협의회 등 세월호 유가족들은 참사 희생자들의 사진을 인쇄한 펼침막을 앞세우고 3일 오후 4시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내자동로터리를 지나 자하문로를 통해 청와대 앞까지 가는 대열의 선봉에 섰다.

이들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를 지나 오후 4시30분께 청와대에서 100m 떨어진 효자치안센터 앞에 서서 계속 눈물을 흘렸다.

세월호 유가족은 박 대통령과 면담을 요구하며 2014년 8월 22일부터 76일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였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의 흰 국화를 손에 들고 행진했던 이들은 세월호의 조속한 인양과 진상규명, 미수습자 수습을 요구하면서 들고 있던 꽃을 경찰들이 막아선 쪽을 향해 던졌다.

세월호 미수습자인 단원고 2학년1반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이날 오후 6시 광화문광장 본집회에서 발언 기회를 얻어 "저는 지금도 4월16일에 살고 있다.

은화가 불렀을 마지막 이름이 '엄마'였을 것이다"라며 "세월호는 아직 바다 속에 있고 은화와 다른 미수습자들도 가족 품에 돌아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세월호 인양은 미수습자에게는 가족을 만나는 것이고, 희생자에게는 진상 규명이고, 생존자에게는 친구가 돌아오는 것"이라며 "그래야 국민이 국가에 보호 받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참사 당일 딸에게서 '배가 이상하다', '선생님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으라고 한다' 등 두 차례의 전화를 받았던 기억을 회상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세월호 미수습자는 조양을 비롯해 단원고 학생 허다윤양·남현철군·박영인군과 단원고 교사 고창석·양승진씨, 일반 승객인 권재근·권혁규 부자(父子)·이영숙씨 등 9명이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연내 인양 방침을 밝혔다가 지난달 11일 기상 악화와 작업 지연 등으로 인양이 해를 넘기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최평천 기자 com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