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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관리에서 '전사적 카이젠'으로…구미(歐美) 추월한 일본기업의 비결

입력 2016-12-02 17:43:53 | 수정 2016-12-02 21:43:33 | 지면정보 2016-12-03 A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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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위한 경영학 <34> 혁신의 기본 도구 '경영품질모델'

일본식 혁신의 대명사 TQC
처음엔 불량품 걸러내는 품질검사
공정 개선·전사적 품질관리로 진화
현장작업자 분임조가 주요 역할

1980년대부터 구미(歐美)기업도 도입
위로부터의 간헐적 개선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지속적인 혁신
빠른 추종자의 선두 도약 이끌어

정규석 < 강원대 경영회계학부 교수 >
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기업의 혁신은 크게 기술혁신과 경영혁신으로 나뉜다. 기술혁신은 신제품 개발이나 기존 제품 개량을 의미하는 제품혁신과 더욱 발전한 생산방법 도입을 통해 불량률 감소, 생산성 향상, 생산 사이클 단축 등을 추구하는 제조혁신으로 나눌 수 있다. 기술혁신은 그 내용이 단순한 데 비해 경영혁신은 기술혁신을 제외한 모든 것이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혁신 대상도 다양하고 적용할 수 있는 혁신 기법도 다양하다. 그만큼 어떤 목적으로 어떤 혁신 기법을 선택해야 하는지, 기업 상황에 맞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 얼마 동안 실행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 혁신 도구에 익숙하지 않은 기업이나 최고경영자(CEO)로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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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도구의 선택은 재수학원을 선택하는 것과 비슷하다. 학교에 다닐 때는 주어진 교과과정을 그대로 따라 하면 되지만 재수할 때는 집에서 혼자 공부해야 하는지, 학원에 다녀야 하는지, 전과목을 가르치는 종합반에 다녀야 하는지, 특정 과목만을 가르치는 단과반을 다녀야 하는지 선택해야 한다. 일반적이고 무난한 선택은 종합반에 등록해 꾸준히 전반적인 실력을 쌓아나가면서 특정한 과목의 강화가 필요할 때 한시적으로 단과반을 병행하는 것이다.

대부분 혁신 기법은 특정 경쟁우위 요소를 강화하거나, 특정한 과정이나 특정한 투입 요소를 강화하거나, 특정한 툴을 사용하거나 하는 식으로 전문적으로 특화함으로써 단과반적인 성격을 지닌다. 혁신 기법 중에서 종합반적인 성격을 지니는 혁신 도구가 ‘경영품질모델’이다. 경영품질모델은 전 세계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대부분, 주요 20개국(G20) 대부분을 포함한 80여개 국가에서 국가품질상(賞) 제도로 운영하고 있다.

경영품질모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기업의 낮은 경쟁력을 20여년이란 짧은 기간 안에 세계를 압도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린 일본식 경영혁신 방식의 대명사인 TQC(total quality control·전사적 품질관리)로부터 시작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의 자유무역을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 진영에 편입된 일본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뒤떨어진 품질 때문에 수출에 애를 먹었다. 이에 일본의 점령군이던 맥아더 사령부는 미국에서 에드워드 데밍이나 조지프 주란 박사 같은 품질관리 전문가를 초청해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품질관리에 대한 강의 및 지도를 하도록 지원했다. 그들은 생산공정에서 잘못 만들어진 불량품을 공정의 최종 단계에서 품질검사를 통해 걸러내고 소비자에게 양질의 제품만을 공급하도록 함으로써 품질을 보증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이것을 ‘검사 중심의 품질관리’라고 하는데 대부분 구미 기업은 이런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양질의 품질을 보증해 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방식에 익숙해진 일본 기업들은 검사를 통해 걸러진 불량품으로 인한 손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처음부터 우량품을 만들면 손실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품질관리의 중심은 생산공정에서 처음부터 불량품을 만들지 않도록 하자는 ‘공정 중심의 품질관리’로 변화했다. 그들은 생산공정을 개선하는 활동을 하기 시작했으며, 이 과정에서 제안제도나 일본에서 생겨난 현장작업자에 따른 품질관리 분임조 활동은 공정 개선에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근대 기업의 제조현장 직원들은 기계와 공정 및 작업 방법을 설계하는 대졸 엔지니어와 그들의 설계, 지시에 따라 단순 작업을 담당하는 고졸 이하의 현장작업자로 양분됐다. 이들은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로 불리며 학력으로 구분되는 새로운 계급을 구성했다. 미국의 공장에서는 블루칼라가 공정 개선에 참여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나, 일본의 공장에서는 블루칼라가 개선활동을 통해 공정을 개선함으로써 품질 향상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획기적인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공정 개선을 통해 제조단계의 불량률을 줄이는 데 상당한 성과를 거둔 일본 기업들은 불량률이 낮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사랑받기 위한 하나의 조건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각하게 됐다. 즉, 소비자에게 좋은 품질로 사랑받기 위해서는 마케팅 부서가 소비자 니즈를 경쟁자보다 앞서 찾아내고, 개발부서가 그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설계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연스럽게 일본 기업의 품질관리는 적극적으로 소비자 니즈를 찾아내 그에 맞는 제품을 개발한다는 ‘개발 중심의 품질관리’로 발전했다. 이런 방식의 품질관리를 마케팅, 개발, 생산, 구매, 애프터서비스 등 모든 품질 관련 부문이 참여한다고 해서 종합적 품질관리 또는 TQC라고 부르는데, 일본 기업들은 이것을 전사적 품질혁신 운동으로 전개했다.

전사적 혁신운동으로 전개하기 시작하자 기획, 인사, 재무·회계와 같이 품질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지원부서는 소외됐다고 느끼게 됐다. 여기서 품질이란 개념을 제품 품질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업무나 과정의 품질, 사람의 품질, 나아가서는 회사의 품질을 의미하는 총체적 품질인 TQ로 보고 모든 부서, 모든 계층, 모든 사람이 참여하자는 ‘전사적 품질관리’ 운동인 CWQC(company-wide QC) 운동으로 확대됐다. 이것을 어떤 사람들은 그대로 TQC로 부르기도 한다.

품질이란 개념은 경쟁력의 핵심인 품질이란 용어로 대표될 뿐이지 경쟁력 요소인 원가, 납기나 시간, 서비스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이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 TQC는 경영을 잘하자는 것과 같은 개념이 되고, TQC는 경영의 품질을 올리자는 혁신운동이 된다. 단, TQC는 단순한 경영이 아니고 전 구성원이 참여하는 지속적 개선이란 ‘카이젠(改善)’ 사상을 의미하는 경영혁신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근대적 구미 기업의 혁신 관행인 소수 엘리트가 주도하는 간헐적 혁신이라는 개념과 대비된다. 혁신 총량에서 소수의 참여보다는 다수의 참여가, 가끔 하는 것보다는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며, 이것이 일본 기업들이 추종자에서 시작해 이른 시간 내에 구미 기업을 앞지른 비결이다.

1980년대 들어 구미 기업은 일본의 TQC를 TQM(total quality management)이라 부르며 도입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정부 주도의 확산 필요성을 느낀 미국에서 맬컴 볼드리지 상무장관 주도로 1987년 ‘맬컴볼드리지 국가품질상’이 탄생해 오늘날 전 세계적인 경영품질 혁신 도구로 자리 잡은 것이다.

혁신의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 이유는…

한국은 1970년대 후반부터 정부 주도로 일본 전사적 품질관리운동(TQC)의 ‘데밍상’을 벤치마킹한 품질관리상 제도를 운용해 왔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맬컴볼드리지 모델을 벤치마킹해 국가품질상 제도를 운용해 오고 있다. 이미 많은 국내 기업이 경영품질 모델을 도입했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기업이 적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혁신은 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혁신속도의 경쟁이다. 다른 기업들도 혁신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더 잘하느냐가 문제다. 다른 기업에 비해 나은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둘째, 전원이 참여하는 지속적 개선이라는 핵심 개념을 제도로 녹여내지 못하고 한시적 이벤트성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개선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실행할 수 있는 직원들의 역량도 키워지지 않는다.

맬컴볼드리지 품질상에서는 이란 기업의 학습(지속적 개선) 수준을 100점 만점에 25점 이하 정도로 채점한다. 미국에서조차도 국가품질상에 응모한 기업 대다수가 몰린 점수 영역이 20점대였다.

이 기준에서 본다면 국내에서 상을 받은 기업도 상당수가 20점대에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적어도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개선시스템이 자리 잡고, 직원들의 개선 역량이 갖춰진 수준인 60점대 이상은 넘어서야 효과를 낼 수 있다. 혁신도구가 아무리 좋아도 제대로 쓰지 못한다면 효과가 작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넘어야 할 혁신의 장애물이다.

정규석 < 강원대 경영회계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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