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트럼프와 접점 넓히는데 한국 아직 대화 채널도 못찾아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정부의 상무장관 내정자인 윌버 로스로부터 친서를 받았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차기 정부 인사들과 접촉할 수 있는 채널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한국 정부와 대조된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소 부총리는 지난 1일 도쿄에서 로스 내정자의 대리인으로부터 친서를 전달받았다. 친서는 “미·일 협력관계가 중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내각의 핵심 경제관료인 아소 부총리와 미국 새 정부 간 신뢰관계를 구축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일 교류단체인 ‘재팬 소사이어티’ 회장인 로스 내정자는 미 차기 정부 내 대표적인 지일파(知日派)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의 경제 자문이었던 로스와 면담한 적도 있다.

로스 내정자는 애초 아소 부총리와 도쿄에서 만날 예정이었지만 상무장관에 내정되면서 갑작스레 일본 방문을 취소했다. 아소 부총리는 로스 대리인에게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 등 일본의 경제정책을 설명한 뒤 미·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차기 정부 인사들과 발빠르게 접촉 기회를 늘려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17일 뉴욕에서 미 대선 후 외국정상 가운데 처음으로 트럼프를 만나 회담했다. 지난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페루회의에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은 귀국길에 뉴욕에 들러 트럼프의 외교정책통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과 면담했다.

한국 정부 인사들은 변죽만 울리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뒤 어정쩡하게 경제수장 역할을 수행 중인 유일호 부총리가 트럼프 측 인사들을 만났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방미 일정을 잡지 못한 채 지난달 29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미 통상관계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밝히는 데 그쳤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