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타결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두고 올해는 여야 대 정부가 막판까지 대립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과거 예산안 처리는 여야가 막판까지 기싸움을 벌이면서 법정시한을 넘기는 일이 많았다. 여야는 2015년 관광진흥법 등 쟁점 법안을 두고 막판 ‘빅딜’을 시도하다 어렵사리 밤 12시를 넘겨 처리했다. 이번엔 달랐다. 막판 합의를 이뤄낸 여야와 정부가 맞섰다.

연말마다 여당·정부와 야당 간 갈등을 보였던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에서 당론으로 추진해온 법인세 인상안(최고구간 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을 수정해 1%포인트만 올리기로 하는 등 한발 물러서면서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이렇게 마련된 세입예산을 누리과정 특별회계를 통해 일반회계 전입금으로 지원하자는 절충안을 냈다.

여당도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당초 새누리당은 기획재정부와 함께 ‘누리과정 특별회계는 중앙정부 국고지원 없이 교육부가 지방교육청에 내려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모두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말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정부도 전향적인 자세로 누리과정을 봐달라”며 누리과정 특별회계(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에 일반회계(중앙정부 국고) 전입금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정부·여당 공조가 깨진 것이다.

결국 여야 3당 정책위 의장은 3년 동안 한시적으로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위한 특별회계를 설치하고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으로 직접 지원할 일반회계 전입금을 연간 1조원으로 하기로 지난 1일 합의했다.

하지만 정부가 예비비 등의 형태로 지원해오던 누리과정 예산 규모인 5000억원에서 최대 2000억원 정도만 추가 부담할 수 있다고 버티면서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과거 예산안을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벌여오던 여야가 합의를 했지만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협상 막판까지 버텼지만 2일 여야가 일반회계 전입금 비율을 50%에서 45%로 양보하면서 협상이 마무리됐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