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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46) 무라카미 하루키 - '1973년의 핀볼'

입력 2016-12-02 16:41:54 | 수정 2016-12-02 16:41:54 | 지면정보 2016-12-05 S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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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오락실 게임기 '핀볼'에 대한 추억
"과거를 벗어나 가야할 길을 가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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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문학의 가벼움에 환호

무라카미 하루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자주 거론되는 인물이다. 올해 가장 유력한 후보자였던 하루키에 대해 한 스웨덴 소식통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의 가벼움이 수상의 장애가 되고 있다”고 평한 바 있다. 실은 ‘하루키 문학의 가벼움’에 세계가 환호하고 있다. ‘가벼움’은 ‘독특한 상상력, 난데없는 비유, 서정성과 우울함, 상실이 주는 감성’으로 대치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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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데뷔한 하루키는 똑같은 등장인물로 다른 이야기를 만든 《1973년의 핀볼》을 두 번째로 발표했다. 두 소설에 대해 하루키는 “습작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애착을 갖고 있다. 처음으로 나 자신의 생각을 한 대상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루키는 나중에 전집을 묶으면서 단편들을 손질했지만 초기에 쓴 두 작품만은 손대지 않았다. 자전적 소설 속의 주인공이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자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하루키는 일하는 틈틈이 부엌 테이블에서 두 작품을 쓴 뒤 서른 살에 전업 작가가 됐다. 작가 초년기 때 쓴 자전적 소설 《1973년의 핀볼》에서 풋풋한 하루키를 만날 수 있다.

스리 플리퍼 스페이스십과 대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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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이 책에 하루키 독자들에게 익숙한 ‘나오코’가 등장한다. 나오코가 한 이야기를 한마디도 빼놓지 않고 기억하는 주인공 나. 사랑했던 그녀는 이미 죽었지만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1970년 겨울, 대학 수업에 거의 가지 않고 아르바이트 수입의 대부분을 핀볼 기계에 쏟아붓는다. 허전한 마음을 스리 플리퍼 스페이스십과 대화하는 것으로 달랜다. 마치 나오코라도 만난 듯. 이듬해 2월 오락실이 헐리면서 기계는 사라지고 아무도 스페이스십의 행방을 모른다.

생전에 나오코가 말했던 기차역을 4년 만에 찾아간 나, 스페이스십이 계속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핀볼에 대한 지식과 집요한 추적은 바람이 숭숭 새는 듯, 허전한 하루키 소설을 조금 생생하게 한다. 드디어 핀볼 기계가 있는 곳을 찾은 나, 깜깜하고 닭냄새 나는 곳에 들어서서 전원 스위치를 누른다. 78대의 기계 사이에서 찾아낸 스페이스십과 대화를 나누는 나. 마치 나오코를 만난 듯 한 마디씩 신중하게 건넨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건 아주 오래전에 죽어버린 시간의 단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그래도 ‘따스한 추억의 낡은 빛과 함께 걸어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핀볼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곳을 빠져나온다. 그리고 스위치를 내린 뒤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그곳을 벗어난다. 핀볼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생활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갈 곳 없는 상념도 사라지자 ‘내가 가야 할 길을 가리라’고 되뇌인다.

스토리를 간단히 소개했지만 소설 속에는 나와 나오코와 핀볼, 쥐라는 이름의 남자와 그녀가 번갈아가며 독특한 직유와 은유를 직조한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이야기가 묘한 불협화음 속에서 독특한 색채를 뿜는 하루키 스타일은 독자를 열광시켰을 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에게 영향을 미쳤다.

스위치를 올리고 힘차게 출발하라

이근미 < 소설가 >기사 이미지 보기

이근미 < 소설가 >

하루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외국 작가일 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작가다. 1987년 발표한 《노르웨이의 숲》이 1000만부 이상 팔리면서 세계에 무라카미 붐을 일으켰다. 《노르웨이의 숲》은 우리나라에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어 100만부 넘게 나갔다. 《상실의 시대》에서 수많은 사람의 가슴을 시리게 한 나오코를 《1973년의 핀볼》에서 만나면 또 다른 마음이 된다.

생글생글 친구들은 인생길을 좀 더 걸어야 전환점을 발견하게 될 듯하다. 이미 확고한 기치를 올린 경우도 있을 테지만 삶은 예외 없이 어려움을 배달할 텐데, 그 지점을 얼마나 잘 통과하는가에 따라 방향이 달라진다.

《1973년의 핀볼》 주인공이 두 번에 걸쳐 스페이스십과 나누는 대화에 귀기울여보라. 함께 가슴 저미면서 씻어내야 할 것들을 떠내려 보낼 기회로 삼으면 좋을 것이다. 절망과 환상에만 빠져 있으면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다시 살아가기 위해 스위치를 올리고 힘차게 출발하라는 것, 하루키가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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