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현지에 진출한 롯데그룹 모든 계열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포함한 전방위 조사에 들어갔다. 롯데그룹이 경북 성주군에 있는 롯데골프장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부지로 제공한 데 따른 보복 조치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상하이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달 29일부터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등 중국 내 롯데그룹 계열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와 함께 소방안전 점검, 위생 점검 등을 벌이고 있다. 이 소식통은 “베이징 상하이 청두 등지의 중국 내 150여개 롯데 점포에 소방안전 및 위생 점검단이 나와 조사하고 있으며 세무조사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제과 등의 중국 공장에도 중국 측 점검단이 나와 고강도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하이에 있는 롯데 중국본부는 상하이시 정부에서 나와 세무조사를 하고 있다. 베이징의 일부 롯데마트 매장은 소방점검에서 문제가 나왔다는 이유를 들어 영업정지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양 청두의 롯데캐슬 모델하우스는 폐쇄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의 현지 소식통은 “월마트 까르푸 등 중국에 진출한 다른 외국계 대형마트에 대해서는 어떤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조사는 통상적인 조사로 보기 힘들며 사드 배치와 관련한 보복 차원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측은 이번 조사가 롯데그룹이 성주군의 롯데골프장을 사드 배치 부지로 제공한 데 따른 것으로 보면서도 사드 논란과 엮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정기적인 세무조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며 “어떤 이슈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롯데는 중국법인으로부터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받으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롯데 외에 중국에 진출한 다른 국내 기업들도 이번 조사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우리 기업이 부당한 차별적 대우를 받지 않도록 다각적 대응책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조사가 사드와 연관이 있느냐는 질문에 “상황을 알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관심이 있으면 당국에 문의하라”고 말했다. 이런 언급은 사실상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앞서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한국 정부가 지난 7월8일 사드 한반도 배치 사실을 발표한 직후 사설 등을 통해 “사드 배치를 주장한 한국 정치인과 이에 협조한 기업 인사의 중국 입국을 제한하고 중국에서 사업을 못 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강진규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