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냐, 철회냐 빨리 결정해달라"
국정 역사교과서의 학교 현장 적용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서울교육청이 관내 중학교(1학년 과정)에 국정교과서 채택을 불허하겠다고 하자 교육부는 “(교육청) 특정감사를 하겠다”며 강력 반발했다.

학교와 학생, 학부모들은 혼란에 휩싸였다. 국정화 또는 철회 여부를 빨리 결정해달라는 요구가 거세다. 이도 저도 아닌 ‘국·검정 혼용안’에 대해선 반대 기류가 역력하다. 내용과 분량이 다른 교과서를 같이 쓰면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 출제가 어려워지는 등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에서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광주, 전남교육청은 교과서 선택과 교육과정 편성권한을 학교에 돌려주길 당부한다”며 “필요하다면 시정명령과 특정감사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화를 강행하더라도 내년 중1 과정엔 적용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3개 교육청의 조치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다. 교육부는 전국 시·도 교육청의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다.

교원 인사권을 지닌 교육감들의 반발로 국정화 강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차선책으로 거론되던 ‘국·검정 혼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선 고교 교사들과 입시업체 관계자들은 “국·검정 혼용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현행 검·인정 교과서는 ‘2009 교육과정안’에 따라 개발됐고 국정 역사교과서는 ‘2015 교육과정 개정안’에 따라 만들어졌다. 다른 교육과정에 따라 개발된 교과서를 나란히 놓고 선택하도록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정교과서가 있을 때는 검정교과서를 쓰지 못한다는 ‘2016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고쳐야 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혼용이 결정되더라도 적용은 2018년에나 가능하다는 게 교육업계의 분석이다. ‘2015 교육과정’에 맞춰 검·인정 교과서를 새로 만들 시간(약 1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국정과 검정교과서는 내용과 분량이 다르기 때문에 같이 쓰면 수능시험 문제 출제에도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선택지가 갈수록 좁아지자 교육부는 고민에 빠졌다. 유력하게 채택 가능한 방안은 국정 역사교과서 적용을 2018년으로 늦추는 것이다. 현장 적용 시점을 2017년으로 규정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2018년 적용으로 바꾸면 1년간 현행 검·인정 체제가 유지된다.

하지만 이 방안도 일선 교사와 학생 입장에선 달갑지만은 않다. 정권이 바뀌어 국정화가 무산되면 기존 검·인정 체제로 돌아가야 하는데 ‘2015 교육과정’에 맞춰 검·인정 교과서를 새로 제작할 시간이 부족하다.

대선이 아무리 빨리 치러진다 하더라도 2018년 1월 최종본 제작까지 ‘타임 스케줄’이 빡빡할 수밖에 없다. ‘부실’ 교과서로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태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경기 양주고 교사)은 “정부가 결정을 미루고만 있으니 교사들도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이 부실한 수업을 받지 않으려면 정부의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학부모는 “국정교과서 적용 여부가 빨리 결정돼 아이들의 입시준비에 어려움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