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 추모관 내부가 방화로 인한 화재로 새까맣게 타버렸다. 연합뉴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 추모관 내부가 방화로 인한 화재로 새까맣게 타버렸다. 연합뉴스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경북 구미시 상모동 생가에 1일 방화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10분 만에 진화됐지만 박 전 대통령과 부인 육영수 여사의 영정이 있는 57.3㎡ 규모의 추모관이 모두 탔다.

소방당국은 “생가 관리인이 소화기로 1차 불을 끈 뒤 뒤이어 출동한 소방대가 불을 완전히 진화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방화 용의자인 백모씨(48·경기 수원)를 붙잡아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백씨는 경찰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아 방화했다”며 “하야하든지, 하야를 안 할 것이라면 자결을 하든지 해야 하는데 둘 중 하나를 안 해서 방화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화재 직후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박근혜는 자결하라. 아버지 얼굴에 똥칠하지 말고’라는 글이 쓰여 있는 방명록을 확보했다. 백씨는 자기가 쓴 글이 맞다고 경찰에 자백했다.

경찰은 또 “백씨는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 방화범과 동일 인물”이라며 “당시와 똑같이 시너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3년 12월 대구 동구에 있는 노 전 대통령 생가에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돼 대구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박 전 대통령 생가는 경상북도 기념물 제86호로 지정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은 1917년 이곳에서 태어나 구미초등학교와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할 때(1937년)까지 살았다. 753.7㎡ 규모의 터에는 집과 안채, 분향소, 관리소 등 건물 네 채가 있다.

구미=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