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재무장관으로 스티븐 므누신, 상무장관으로 윌버 로스를 임명했다. 둘 다 비즈니스맨 출신이다. 므누신은 골드만삭스에서 17년을 근무했고 로스는 기업 M&A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투자가다. 기업인 출신인 대통령 트럼프의 시장적이고 기업친화적인 정책 방향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인사다. 워싱턴의 기성 정치인이나 관료를 극히 싫어하는 트럼프의 성향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트럼프가 행정부에 민간의 ‘비즈니스 마인드’를 과감히 주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므누신은 초기부터 재무장관감으로 평가받아온 인물이다. 골드만삭스에서 주택담보증권을 운영하면서 미국 거시경제의 사정을 현장에서 체험했다. 그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정책의 최우선과제를 ‘감세’라고 말하고 이를 통해 미국 경제를 연 3~4%씩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과감하게 규제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역대 골드만삭스 출신 장관들이 그랬듯이 ‘강한 달러’를 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로스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투자은행에서 전문경영인으로 근무했으며 1997년 한국 외환위기 때 기업 구조조정에 깊이 관여해 큰돈을 번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대에는 일본 기업들의 M&A에 뛰어들었다. 그는 어제 인터뷰에서 TPP에 반대하는 견해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한·미 FTA도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 통상대표부(USTR) 대표 자리에는 철강 기업인 뉴코어의 CEO 댄 디미코가 유력시되고 있다. 기업인 중용이 비단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클린턴 정부에서 제임스 루빈이나 ‘아들 부시’ 대통령 시절 헨리 폴슨 재무장관 모두 골드만 출신의 현장 기업가들이었다. ‘아들 부시’ 대통령은 CSX 회장 존 스노를 재무장관으로 택하기도 했다. 이게 미국의 저력이다. 교수와 관료를 중용하는 한국과는 차원이 다르다. 트럼프의 미국도 그렇게 시작한다. 한국은 아직도 조선시대적 사농공상 시대다. 경제민주화는 더욱 그렇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