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공익재단 운영에 관한 규정이 엄격해진다. 세금 혜택은 줄고 공익활동 지출 부담은 늘어나는 게 골자다. 자산 운용으로 거두는 이익이 없더라도 매년 일정액을 공익사업에 써야 하는 규정도 신설된다. 대기업 연구개발(R&D)에 주어지던 각종 세제 혜택도 줄어든다.

◆공익법인 관리 강화

세금 혜택은 줄고, 지출 부담은 늘고…공익법인 운영 까다로워진다
1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이 같은 내용의 세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익법인은 2018년부터 ‘의무지출 제도’ 적용을 받는다. 사용하는 건물 등 고유 목적용 자산을 제외하고 주식 등 출연받은 투자성 자산의 일정 비율을 매년 공익사업에 써야 한다는 규정이다. 지금은 보유 주식의 배당 등 자산 운용 수입의 70%(성실공익법인은 80%)만 공익사업에 쓰면 된다. 예컨대 배당 수익이 1000만원일 때 700만원만 공익활동에 지출하면 문제가 없다. 자산 운용 수입이 없다면 공익사업에 한 푼도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2018년부터는 운용 수입에 상관없이 자산의 일정액을 공익사업에 써야 한다. 미국에서는 공익재단이 사용하는 건물 등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을 모두 투자자산으로 보고 매년 해당 자산의 5%를 공익 목적에 쓰도록 규제하고 있다. 국회 조세소위 관계자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은 보유한 주식 등 투자자산이 1조원을 넘는다”며 “미국처럼 ‘5% 기준’을 적용하면 매년 500억원을 공익사업에 지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의무지출 비율은 내년에 시행령으로 정할 계획이며 지금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의 올해 세법 개정안에는 공익법인 의무지출 제도가 없었다. 그동안 일부 기업이 공익법인 제도를 악용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정치권이 보완책을 추가했다. 국회 관계자는 “의무지출 제도와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이 공익법인을 세울 때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주식 보유 한도를 10%에서 5%로 낮추는 방안도 이번에 함께 합의했다”고 말했다.

◆영상콘텐츠투자 세액공제 축소

여야는 대기업에 대한 각종 감면 혜택도 축소하기로 했다. 정부는 당초 영화 드라마 등 영상콘텐츠에 투자한 대기업에 내년부터 해당 투자액의 7%만큼 법인세를 깎아줄 방침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은 공제 수준을 3%로 낮췄다. 대기업의 R&D 세액공제율도 조정했다. 지금은 대기업이 당해 R&D 지출액의 2~3%를 공제받는 방법과 당해 R&D 지출액에서 전년의 지출액을 뺀 증가분 금액의 40%를 공제받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를 조세소위는 각각 1~3%와 30%로 낮췄다. 또 대기업의 신성장기술 투자액 공제 범위도 7%에서 5%로 축소했다.

중소·중견기업의 상속공제 요건은 강화했다. 매출 3000억원 미만 중소·중견기업 상속자는 10년간 업종과 고용을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200억~500억원의 상속세를 면제받고 있다. 조세소위는 해당 상속자가 중간에 업종을 바꾸거나 근로자를 대거 해고하는 등 의무 사항을 위반하면 세제 혜택 기간에 따라 가산세를 물리기로 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