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싼커, 강북 유커…HDC신라의 '남북 전략'
지난 5년간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중 꾸준히 증가한 연령층은 20대와 50대 이상이다. 2011년 25%였던 20대 비중은 지난해 28%에 육박했고, 같은 기간 50대 이상 비중은 21%에서 25%로 늘었다.

연령대별로 여행 방식도 달랐다. 50대 이상은 단체 여행객(유커) 중심이었고, 20대는 개별 여행객(싼커)이 대부분이었다. 초기 중국인 대부분이 패키지 여행 형태로 한국을 방문해 유커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단체관광객을 의미한다.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의 합작사인 HDC신라면세점은 이 점에 주목했다. 핵심 고객층을 분리해 접근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탄생한 게 ‘남싼북유’ 전략이다.

서울 강남엔 싼커들이 찾는 명소를, 강북엔 유커들이 꼭 들르는 쇼핑타운을 조성하자는 게 골자다. HDC신라가 이달 중순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강남 코엑스 아이파크 타워(사진)를 제2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판 타임스스퀘어’ 혜택

강남 싼커, 강북 유커…HDC신라의 '남북 전략'
1일 ‘한국판 타임스스퀘어’ 1호 지역으로 강남 코엑스가 선정된 것도 HDC신라엔 호재다. HDC신라는 강남 코엑스 아이파크타워에서 면세점 사업을 하게 될 경우 LED(발광다이오드) 전광판으로 번쩍이게 될 주변환경이 젊은 관광객을 겨냥하는 전략과 잘 맞아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HDC신라는 대형 면세점 형태인 강북 용산의 1호점과 달리 강남 2호 면세점은 첨단 기술로 무장한 한류 쇼핑센터로 조성한다는 전략이다. 1층 로비는 화장품 매장 일색인 다른 면세점과 달리 홀로그램 영상과 디지털 사이니지로 꾸밀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5세대 통신기술을 활용해 융합현실과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한다. 삼성SDS의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도 동원한다. 예를 들어 ‘융합현실 피팅룸’에 들어서면 AI가 가장 적합한 패션을 제안해주고 축적된 소비자의 관광 데이터를 바탕으로 좋아할 만한 여행지와 맛집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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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들이 좋아하는 한류 구색도 강화한다. 아이파크 타워 맞은편에 SM타운이 있는 점을 활용해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을 기획할 계획이다. 정보기술(IT)에 한류를 접목해 재미있는 쇼핑을 뜻하는 ‘리테일먼트(쇼핑+재미) 센터’로 꾸미겠다는 게 이 면세점의 전략이다.

◆강남북 아우르는 면세벨트

작년 12월 문을 연 HDC신라 용산점은 고급 단체관광객용 면세점으로 키울 예정이다. 짧은 시간 해외 명품을 압축적으로 쇼핑할 수 있는 공간을 좋아하는 유커들의 특징을 감안해 명품 브랜드를 추가 유치한다. 내년 상반기 루이비통과 디올, 펜디, 불가리 등 LVMH 계열 20여개 브랜드를 입점시킬 예정이다.

HDC신라는 이번 입찰에서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면 강북과 강남, 유커와 싼커, 중장년층과 청년층 등을 포함해 모든 소비자층을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적도 지난해 서울에서 면세점 사업권을 딴 대기업 가운데 가장 양호한 편이다. HDC신라는 올 들어 3분기까지 매출 2287억원과 영업손실 167억원을 기록했다. 신규면세점 네 곳 중 매출은 제일 많고 손실규모는 가장 작다. HDC신라 관계자는 “월별 기준으로 이달에 흑자전환해 기존 신라면세점과 합쳐 확고한 국내 2위 면세사업자로 자리잡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