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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포럼] 붕당 입장서 기록한 조선의 당론서와 역사 국정교과서

입력 2016-12-01 18:06:54 | 수정 2016-12-02 00:01:47 | 지면정보 2016-12-02 A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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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한 얘기는 늘리고 불리한 건 줄이고
자기가 속한 집단 입장만 강조한 당론서
국정교과서도 시간을 갖고 더 검증해야

김문식 < 단국대 교수·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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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정치사를 연구할 때에는 당론서(黨論書)라 불리는 자료를 검토한다. 저자가 자신이 소속된 붕당의 입장에서 당대의 정치적 사건을 기록한 책이다. 현재 당론서에 해당하는 자료는 수십 종이 있다. 연구자들은 이들을 구분해 노론계 당론서, 소론계 당론서, 남인계 당론서라 부른다.

기사환국은 장희빈의 아들인 경종을 원자로 정하는 문제를 놓고 남인과 서인이 충돌해 남인이 정권을 장악하고 인현왕후는 왕비에서 쫓겨난 사건이다. 여기에는 국왕인 숙종을 비롯해 인현왕후, 장희빈, 경종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그들의 갈등을 다룬 이야기가 역사소설이나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붕당으로 보자면 인현왕후는 노론계가, 장희빈은 남인계가, 그리고 국왕이 된 경종은 소론계가 지지하는 상황이었다. 각 붕당에서는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한 당론서를 작성했다.

노론계 당론서를 보면 기사환국으로 자파 인물인 송시열과 김수항이 죽임을 당하고 인현왕후가 쫓겨나게 된 원인은 전적으로 남인에게 있다. 이들은 숙종이 기사환국을 주도한 사실을 거의 기록하지 않고, 인현왕후가 쫓겨난 사실을 간략하게 다뤘으며, 인현왕후가 쫓겨난 이유는 남인들이 힘을 합해 송시열을 모함한 때문이라고 했다.

소론계 당론서는 숙종이 기사환국을 주도한 것으로 본다. 이들은 송시열이 윤증을 지나치게 공격하는 것에 숙종이 혐오감을 가졌고, 남인들은 그 틈을 타서 노론을 몰아내고 인현왕후까지 쫓겨나게 했다고 했다. 또 권력을 장악한 남인이 왕비가 쫓겨나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은 의리상 잘못이며, 노론계 지도자인 송시열과 김수항에겐 사태를 그렇게 만든 책임이 있다고 했다.

남인계 당론서는 숙종이 기사환국을 주도했으며, 송시열과 김수항이 죽임을 당한 것은 경종을 세자로 책봉하려 했던 숙종의 뜻을 거슬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숙종이 인현왕후를 쫓아낼 때에는 노론이나 소론이 권력을 잡아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인현왕후가 쫓겨나는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이 중에서 가장 공정한 것은 소론계 당론서였다. 이들은 개인 문집에서 관련 사실을 추가로 수집하고, 세 계열의 당론서를 비교해가면서 공평하게 다뤘다. 소론은 기사환국의 가해자나 피해자에게서 한 걸음 떨어져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정부 기관에서 편찬한 《숙종실록》은 당론서의 편향성을 넘어서는 자료에 해당한다. 그러나 《숙종실록》은 노론이 집권한 영조 초년에 작성돼 노론의 입장이 반영됐다. 소론은 이런 편향성을 수정하려고 《보궐정오》라 불리는 수정본을 추가로 만들었다. 결국 기사환국을 다룬 자료 가운데 편향성에서 자유로운 것은 없으며, 연구자는 다양한 경향의 자료를 함께 보면서 객관적 판단을 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최근 교육부는 역사 국정교과서 검토본을 공개하면서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지닐 수 있도록 개발했다”고 했다. 필자는 고등학교 한국사를 읽어봤는데, 특히 현대사 부분에서 상당한 정도의 편향성이 나타났다. 편향성은 집필진의 구성, 서술 분량의 배분, 자료 및 사진의 선택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애초에 국정교과서를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관련 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을 때부터 예상한 결과이기도 하다.

조선시대의 당론서는 자기 붕당에 유리한 이야기는 길게 나열하고, 불리한 이야기는 많이 줄이거나 없애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번에 공개된 교과서도 같은 방법을 사용한 당론서에 해당한다. 이를 모든 고등학생에게 가르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지금으로선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친 뒤 시장에서 다른 검증 교과서와 경쟁하면서 교사와 학생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김문식 < 단국대 교수·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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