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책] 불과 글
《호모 사케르》 시리즈로 유명한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74)이 ‘읽고 쓰기’를 주제로 쓴 철학적 에세이 10편을 엮었다. 아감벤은 전작들처럼 문학과 철학, 신학, 예술을 가로지르며 독창적인 사유를 펼친다. 저자는 문학을 ‘잃어버린 신비를 회상하는 장르’로 규정한다. 현실만을 전제로 고립된 현상의 분석에 집착하는 철학과 유희에 집착하는 문학이 존재하지만 모든 정통한 철학과 문학은 본질적으로 ‘회상’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인간의 삶은 사라짐과 회상의 메커니즘을 벗어날 수 없고, 그런 삶을 벗어난 철학과 문학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회상의 순간이야말로 삶을 하나의 신비로 기억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한다.(책세상, 228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