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내년엔 보유주식 매각이익 기대…주택대출 감소 영향은 '미풍' 그칠 듯
올해 은행업계는 꾸준히 터진 대내외 악재 탓에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도이치뱅크 배당금 지급문제와 이탈리아 은행 부실화 우려, 그리고 조선 및 해운업 구조조정 여파가 은행업계에 악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은행업계는 꾸준히 이익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내실 다진 은행업계

경기가 부진했던 까닭에 이자이익 증가율이 낮아졌지만 은행업계는 이를 ‘비용 감소’로 극복했다.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대손비용 감소, 일반관리비 절감 노력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경제성장에 따른 대출규모 확대 등 실질적 이익 증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은행업계가 매우 양호한 실적을 보인 점은 고무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내년에는 올해 사용했던 비용감소 효과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주식매각이익을 토대로 한 비이자이익 증가를 기대해볼 만하다. 2018년 이후에는 국제회계기준 제도 변경으로 주식매각이익이 손익계산서이익으로 잡히지 않는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은행권은 내년 보유주식 매각을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 이익 규모는 은행별로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대형 은행들의 경우에는 상당 규모의 매각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전셋값 상승에 의한 주택수요 증가, 신규 주택분양 확대 등 주택거래 증가로 인한 은행 대출 증가율도 높았다. 하지만 내년에는 신규 분양도 감소하고 기존 주택거래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하락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기존 분양분의 잔금대출 등 집단대출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가계부채 대책에 따라 향후 집단대출 심사가 강화될 예정이라 대출 증가율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높은 잔금대출에 대한 분할상환 적용, 소득심사 강화, 변동금리 선택 시 금리변화 감안 등 전반적으로 기존 조건 대비 대출여력이 감소하고 가이드라인 이상으로 은행이 자체적인 대출심사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최근 은행업의 양호한 실적이 대출 증가 덕분은 아니었던 만큼 은행 실적 전망에 미치는 영향은 작을 것으로 보인다. 불경기에도 대손비용이 낮은 현상이 이상해 보일 수 있으나 이는 저금리 환경과 은행(국책은행 외 상장 은행)들이 부실 우려 대출에 대해 기존에 대손충당금 적립을 강화해놨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좋은 예로 해운사 구조조정 시 대손비용이 의외로 작았던 점을 들 수 있다. 내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구조조정 상황에서 경기 부진과 맞물려 부실화되고 대손비용이 발생하는 대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선 상황과 비교할 경우 은행 실적을 크게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

“비용 절감은 계속될 것”

대손비용의 급증은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미국 대선 이후 시중금리 상승이 이어지고 있으나 내년에 추가 상승하더라도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더라도 국내 경기와 몇 년간 급증한 가계부채, 공공부채 등을 감안하면 국내 기준금리는 동결이나 상황이 허락하면 인하도 고려해보는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은행 순이자마진(NIM) 상승은 제한되겠지만 대출 부실화와 대손비용 증가라는 보다 큰 악재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시중금리의 급등이 없다면 대손비용도 낮은 수준에서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한편 은행들이 지점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감소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가 아닌 시점에 지금과 같이 꾸준히 지점이 감소하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현상이다. 지점 증가 자체가 자산 증가와 이익 증가를 대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자산 증가보다는 수익성을 중시해야만 하는 경영환경으로 변화했다. 모바일 뱅크 등 과거에는 없던 금융수단의 등장도 지점과 ATM 감소에 일조하고 있다.

김은갑 < KTB투자증권 연구원 ekim@kt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