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한진해운 물량' 외국 선사가 가져갔다
30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안골동의 한진해운 신항만 터미널(사진). 트럭들이 야적장에서 빈 컨테이너를 싣고 부두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신항만터미널 관계자는 “리스회사들이 매일 그동안 빌려 사용했던 컨테이너를 찾아가 야적장의 컨테이너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외국 선사들이 한진해운 화물의 절반 이상을 수송해 한진해운 부두는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파로 한진해운이 영업마비 상태에 빠지면서 국내외 화주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고 선박이 많은 외국 대형 선사로 화물을 옮기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통계에서 바로 나타난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지난해 10월 아시아에서 북미로 가는 항로 점유율은 7.78%였으나 지난 10월에는 1.10%로 급락했다. 북미에서 아시아로 오는 항로 점유율도 8.0%에서 0.01%로 줄었다.

한진해운 사태로 세계 1, 2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의 해운동맹인 2M이 가장 큰 반사이익을 누렸다. 2M의 아시아→북미 항로 점유율(17.50%)은 1년 전보다 3.5%포인트 올랐고, 북미→아시아 항로 점유율(24.16%)은 같은 기간 7.8%포인트 상승했다.

중국 일본 대만 선사들도 반사이익을 누렸다. 중국 코스코(11.09%), 대만 에버그린(11.35%), 일본 K-라인(6.32%), 싱가포르 APL(6.27%) 등도 아시아→북미 항로의 점유율을 높였다. 북미→아시아 항로에서는 중국 코스코(9.98%), 대만 양밍(7.99%), 일본 K-라인(8.10%), 프랑스 CMA CGM(9.48%)이 높은 점유율 상승을 기록했다.

코스코, K-라인, 양밍, 에버그린은 한진해운과 함께 CKYHE 해운동맹을 이뤄 선복을 공유하던 선사다.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물량을 흡수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랐다. 현대상선의 아시아→북미 항로 점유율은 5.20%에서 5.22%로, 북미→아시아 항로는 6.54%에서 6.56%로 각각 0.02%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한국 선사 전반에 대한 화주들의 인식이 나빠져 영업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인 것으로 항만업계는 분석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