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출신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내정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정부의 첫 재무장관에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월가 출신의 스티븐 므누신(54·사진)이 내정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29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저명한 경제학자나 공화당 인사를 배제한 채 ‘아웃사이더’ 성향의 투자가를 발탁하는 인사가 재무장관 인선에도 그대로 나타났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30일 인선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30여년간 월가에서 활약

므누신은 예일대를 졸업한 뒤 1985년부터 17년 동안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에서 일했다. 1999년부터 3년간 최고정보책임자(CIO)를 맡았다. 그의 아버지도 골드만삭스에서 30년을 근무하면서 주식거래를 담당한 파트너이자 경영위원을 지냈다. 므누신이 상원 인준을 받아 재무장관에 오르면 헨리 폴슨과 로버트 루빈에 이어 골드만삭스 출신으로는 세 번째 재무장관이 된다.

므누신은 골드만삭스를 떠난 뒤 조지소로스펀드를 거쳐 듄캐피털매니지먼트라는 헤지펀드를 직접 세웠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파산위기에 처한 미국 최대 주택대출은행 인디맥을 16억달러에 인수했다. 이후 회사 이름을 원웨스트로 바꾼 뒤 회장에 올랐으며 2015년 CIT그룹에 매입 금액의 두 배가 넘는 34억달러에 팔아 막대한 차익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연체 대출자에 대한 무리한 가압류 등으로 비난받기도 했다. 그의 재산은 4000만달러(약 467억원)에 달한다.

NYT는 “선거 기간에 월가와 워싱턴 정치권의 유착을 강하게 비난한 트럼프 당선자가 금융시장에 밝은 골드만삭스 출신을 기용하면서 월가에 우호적인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대선이 끝난 뒤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금융규제 개혁과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선거자금 총괄한 최측근

골드만삭스 출신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내정
트럼프 당선자와 므누신의 인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므누신이 운영하던 헤지펀드 듄캐피털은 트럼프가 시카고에서 벌인 건설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올해 4월 공화당 뉴욕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승리한 트럼프 당선자가 므누신에게 선거자금을 총괄하는 재무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하면서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재무장관은 대규모 감세 추진과 인프라(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 등 트럼프 당선자의 핵심공약을 이행해야 하는 중책인 만큼 최측근을 기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이뿐만 아니라 자유무역협정(FTA)과 이란 핵협상 재검토 등 대외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한 각종 제재도 재무장관이 담당해야 할 몫이다.

그는 최근 “인프라 은행을 설립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8월에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마련한 금융규제 법안인 도드프랭크법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규제 완화 입장을 강조했다.

◆아바타에 투자…할리우드와도 친분

므누신은 2006년 영화투자회사 겸 배급사인 랫팩듄엔터테인먼트에 공동창업자로 참여하면서 할리우드와도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영화 아바타와 X맨 시리즈, 아메리칸 스나이퍼 등에 투자해 큰돈을 벌기도 했다.

그는 1995년부터 민주당·공화당 대선 후보와 양당 정치인에게 기부금을 내면서 활발한 정치활동을 벌여왔다. 2007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선거자금을 후원하는 등 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을 보였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는 지난 5월 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후보가 대선 출마를 결심했을 때부터 조용한 조언자로 막후에서 그를 지지해왔다”며 “규제 완화와 세금 감면, 미국에 공정한 무역협정에 찬성한다”고 강조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