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케미카 대회에서 우승한 KAIST연구팀. 왼쪽부터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도창 교수와 오대석, 차영현, 신진솔, 김완태, 김신현 교수. KAIST제공
미국 케미카 대회에서 우승한 KAIST연구팀. 왼쪽부터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도창 교수와 오대석, 차영현, 신진솔, 김완태, 김신현 교수. KAIST제공
KAIST 학부생들이 세계 화학영재가 참여하는 자동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팀이 이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한 지 3년 만의 쾌거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도창 교수와 오대석·김완태(4년), 차영현(3년), 신진솔(2년) 씨로 구성된 KAIST팀은 지난 13일 미국 샌프란시코 유니온스퀘어에서 열린 케미카 대회에서 세계적 명문대인 미국 조지아 공대팀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미국화학공학회 주최로 1999년 시작된 케미카 대회는 화학과 화학공학을 공부하는 세계 영재들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카네기멜론대, 퍼듀대 등 세계 41개 대학에서 참여했다.

대회 방식은 독특하다. 대회 주최 측이 제시한 시간 내에 일정한 무게의 물을 싣고 주어진 거리를 화학 반응만을 이용해 달렸다가 정확히 멈추는 차량에 순위를 매긴다. 시동부터 주행, 정지까지 어떤 다른 기계장치의 도움을 받지 않고 화학 반응을 이용해 작동해야 한다. 그만큼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시간을 정확히 예측하는 능력이 필수다.

올해 주최 측은 0.5L의 물을 싣고 2분 안에 17m 거리를 달려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KAIST팀이 제작한 ‘KAIST-AIChE’ 케미카는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30㎝로 김희탁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가 개발한 바나듐 플로 배터리에서 일어나는 전기화학 반응으로 달린다.

경기가 시작되면 차량에 설치된 배터리에서 전기화학 반응이 일어나 전기를 모터에 공급한다. 이 차량에는 브레이크 장치가 없다. 대신 요오드산칼륨 수용액과 아황산수소 수용액이 시간이 흐르면서 어두워지는 현상인 요오드시계반응이란 화학반응을 일으켜 차량을 멈춰 세운다. 용액을 통과하는 빛이 완전히 차단되면 감지센서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원리다.

이 교수는 “17m를 달리는 동안 용액 반응이 일어나 차량을 멈춰서게 해야하기 때문에 수십 차례 연습과 정교한 시뮬레이션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선에서 KAIST팀 차량은 17m에서 11㎝ 모자란 거리를 달려 참가팀 가운데 목표에 가장 가깝게 접근했다. 2위를 차지한 조지아공대와는 불과 2㎝ 차이가 났다.

KAIST팀은 2전3기 끝에 세계 정상에 섰다. 2014년 수소연료전지로 작동하는 케미카를 제작해 대회에 처음 나서 28위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대회에 참가했지만 16위에 머물렀다. 이를 위해 지난 3월부터 맹훈련을 거듭했다.

KAIST는 지난해부터 화학생명공학과 1학기 과목에 디자인 설계 수업을 개설하고 화학 반응을 이용한 차량 개발 수업을 하고 있다. 이번에 우승을 차지한 KAIST팀도 올 3월 개설된 강의에 참가한 3개팀 중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팀으로 꾸려졌다.

팀원인 차영현 씨는 “처음 차를 제작했을 때는 작동이 잘 되지 않고 동작이 연결되지 않는 등 많은 문제에 직면했다”며 “꾸준한 수정과 노력을 통해 좋은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