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 앞두고 “장사 어쩌나” > 소방관들이 30일 대구 대신동 서문시장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이날 화재로 서문시장 6개 지구 상가 중 한 곳인 4지구 상가 점포 679곳이 모두 불에 타고 건물 일부가 무너져내렸다. 연합뉴스
< 연말 앞두고 “장사 어쩌나” > 소방관들이 30일 대구 대신동 서문시장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이날 화재로 서문시장 6개 지구 상가 중 한 곳인 4지구 상가 점포 679곳이 모두 불에 타고 건물 일부가 무너져내렸다. 연합뉴스
대구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에 11년 만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의류상점이 밀집한 4지구의 점포 679곳이 모두 불에 타 상인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전체 재산피해 규모는 1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서문시장 11년 만에 큰 불…점포 679곳 전소
30일 경찰과 대구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화재는 이날 오전 2시8분께 대구 중구 서문시장 1지구와 4지구 사이 점포에서 시작됐다. 화재가 발생하자 대구소방본부는 소방본부장이 지휘하는 비상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차 100대와 인력 400명을 총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4지구 전체로 불길이 번져 점포 679곳이 전소됐다. 불이 난 시간이 새벽이어서 상인과 시민의 피해는 없었지만 진화 과정에서 소방관 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건물 총면적이 6만4902㎡인 서문시장은 1·2·4·5지구와 동산상가, 건어물상가 등 6개 지구로 이뤄져 있다. 총 점포 수는 4000여개, 상인은 2만여명에 달한다. 불이 난 4지구는 지상 4층 규모다. 1층에서는 액세서리와 원단, 2층은 침구류, 3층은 의류를 판매한다. 4층은 사무실이다.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는 “의류와 이불 원단 등 불에 타기 쉬운 물건이 많아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일부 상인은 “불이 외부에서 발생해 4지구 건물로 번졌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발화 지점과 원인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4지구 상인 김모씨는 “2지구나 동산상가와 달리 4지구는 도매상가여서 상인들의 피해가 크다”며 “최소 3000만원에서 최대 10억원대 피해를 입은 상인도 있다”고 했다. 상인 유모씨(55)는 “어떻게 장사를 다시 시작할지 걱정”이라며 “생계가 막막해진 만큼 정부와 시가 하루속히 지원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1922년 문을 연 서문시장은 1960년대 세 차례의 큰불로 시장 전체가 타버리기도 했다. 1974년 들어선 4지구는 이듬해 11월20일 대형 화재로 모두 불에 탔다. 2005년에도 서문시장 2지구에 대형 화재가 발생해 1190여개 점포가 불에 타고 1000여명의 상인이 689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철거와 신축을 거쳐 상인들이 새 보금자리로 돌아오는 데 6년9개월이 걸렸다.

전통시장 쇠퇴로 어려움을 겪던 서문시장은 2지구가 새로 건립되고 젊은 상인이 유입되면서 다시 활력을 얻기 시작했다. 지난해 도시철도 3호선이 개통되고 올해 6월 전국 최대 규모의 서문 야시장이 개장하면서 하루 20만~30만명의 고객이 찾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번 화재로 다시 위기를 맞게 됐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