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 개봉하는 원전 재난영화 ‘판도라’.
오는 7일 개봉하는 원전 재난영화 ‘판도라’.
국내 상업영화 사상 처음으로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초래한 재앙을 다룬 화제작 ‘판도라’(감독 박정우)가 오는 7일 개봉한다. 사고로 방사능 물질이 덮치면서 마을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150억원을 투입한 이 작품에서 드라마 ‘선덕여왕’(2009년)의 비담 역으로 스타가 된 김남길(36·사진)이 원전직원 재혁 역을 맡아 가족을 구하기 위해 분투한다. 30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김남길을 만났다.

영화 '판도라' 김남길 "죽음 앞에 선 극도의 공포감 전하고 싶었죠"
“촬영을 마친 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서 마치 남의 영화 같습니다. 개봉이 늦어지니까 초조하고 조바심마저 생기더군요. 외압이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으니까요. 그동안 실감 나는 영상을 위한 녹음과 컴퓨터그래픽(CG) 등 후반 작업이 길어졌어요.”

지난해 7월 촬영을 마무리한 제작진은 원전 사고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총 2400컷 중 1300여컷을 CG로 채웠다. 원전 내부의 촬영 허가를 받지 못해 한국 것과 비슷한 필리핀 원전을 보고 와서 재현했다. 김남길을 비롯한 출연진은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후시녹음을 여러 번 반복해야 했다.

“재난 현장에서 방사능을 차단하기 위해 출연진이 마스크를 쓰고 구조작전 연기를 했으니까요. 마스크를 쓴 채 녹음해보고, 쓰지 않은 채 육성으로 녹음도 해봤어요. 마스크를 쓴 채 녹음하니까 발음을 알아듣기 어려웠어요. 결국 육성에다 필터만 착용해 녹음한 것을 사용했죠.”

연기에서도 사실성을 보여준다. 주인공이 원자로 내부의 방사성 물질을 차단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들면서 가족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장면이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의 주인공처럼 담담한 표정이 아니라 두려움과 공포에 떨면서 울기까지 한다.

“이 장면 때문에 출연하고 싶었어요. 할리우드 영화에서처럼 주인공이 ‘엄지 척’ 하며 죽음으로 뛰어드는 것은 현실에서 어려울 겁니다. 재혁은 폭탄을 다룰 줄 아는 유일한 직원이어서 ‘등 떠밀려’ 최후의 임무를 맡게 된 ‘소시민 영웅’이죠. 철없이 굴던 그가 가족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를 남기면서 겪어야 했던 죽음의 두려움도 그대로 전하고 싶었어요.”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한 걸음 내디뎠다고 했다. 원래 도시적이고 나쁜 남자의 이미지를 구축한 그는 ‘해적:바다로 간 산적’에서 ‘허당’ 같은 산적으로 나왔고, ‘무뢰한’에서는 건달 같은 형사로 등장했다. 이번 배역은 ‘해적’과 ‘무뢰한’의 중간쯤에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막내처럼 철없이 굴다가 나중에는 장남처럼 가족을 위해 희생을 각오한다. 그는 ‘선덕여왕’의 비담처럼 연기한 뒤 정서적인 여운을 강하게 남기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비담은 사극에서 전무후무한 캐릭터였습니다. 제 인생에서도 그런 캐릭터였어요. 얼마 전에 (‘선덕여왕’의) 박상연 작가를 만나서 ‘덕분에 아직까지 먹고산다’고 했어요. 더 이상 그런 캐릭터를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10년쯤 지난 뒤에나 그 캐릭터를 깰 인물이 나올 수 있을 거예요.”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