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에 ‘투자 절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벤처기업 숫자가 사상 처음으로 3만개 고지를 넘어섰지만, 벤처투자 재원으로 활용되는 정책자금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서다.

업계와 학계는 “벤처기업은 향후 대한민국을 먹여살릴 신성장동력이란 점에서 투자재원을 늘려 우량 벤처기업을 최대한 많이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모태펀드 중소기업진흥계정(중진계정)에 신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중진계정은 모태펀드 자금의 핵심으로 청년 창업, 지방 투자, 여성기업 지원, 해외 진출 등 11개 사업을 진행하는 데 사용된다. 신규자금 없이 회수한 돈으로 재투자하라는 의미다.

모태펀드에 신규자금이 유입되지 않다보니 실제 투자를 집행하는 자(子)펀드 투자 여력도 줄어들고 있다. 업계에선 내년 모태펀드 투자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면 벤처기업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벤처기업수는 3만1260개사로 처음으로 3만개 고지를 돌파했다. 중진계정 자금이 주로 창업 초기기업에 투입되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한 벤처캐피털 대표는 “민간투자가 발달한 미국에서도 벤처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투자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벤처기업을 키우는 것은 국가적인 과제인 만큼 꾸준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중진계정에 2년 연속 예산을 배정하지 않은 것이 국내외 시장에서 “정부의 창업 의지가 꺾였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도현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교수는 “알리바바나 우버와 같은 글로벌 벤처기업을 키우려면 벤처 투자규모를 지금보다 훨씬 더 늘려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민 서울대 벤처경영기업가센터 교수도 “지금은 정책자금이 민간자금과 함께 벤처시장을 키워야 할 때”라며 “중진계정에 예산을 투입해 벤처투자 실탄을 늘려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