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가 미래다] 중국투자 전용펀드 1조 돌파…글로벌 벤처시장 공략하는 한국 VC
국내 벤처캐피털(VC)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대형 VC를 중심으로 앞다퉈 해외에 투자거점을 만들고, 현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에 집중됐던 해외 투자도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등지로 확대되고 있다.

해외에서 길 찾는 VC들

해외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VC는 한국투자파트너스다. 올 들어서만 중국 투자를 위해 4400억원 규모의 신규 펀드를 조성 중이다. 올초 250억원 규모의 ‘장강2호펀드’를 결성한 데 이어 조만간 3300억원 규모의 ‘팡정2호펀드’도 내놓는다. 중국 서부지역에 투자하는 850억원 규모의 위안화 펀드도 곧 만들 계획이다. LB인베스트먼트도 올초 900억원 규모의 중국 투자 펀드를 만들었고, KTB네트워크도 연내 결성을 목표로 1600억원짜리 중국 펀드를 조성 중이다.

이들 3개사가 올해 새로 만든 중국 투자 전용 펀드 규모만 6900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기존 펀드를 합치면 3개사의 중국 투자전용 VC펀드 규모는 1조1465억원으로 늘어난다. 한국투자파트너스(5730억원), KTB네트워크(3750억원), LB인베스트먼트(1985억원) 순이다.

투자 성과도 우수하다. KTB네트워크가 2006년 만든 1000억원짜리 펀드는 연평균 20%의 내부수익률(IRR)을 올리며 성공적으로 청산됐다. KTB네트워크가 2013년에 만든 중국 투자 전용 펀드는 이미 투자원금의 80~90% 이상을 회수했다. LB인베스트먼트도 중국 투자로 연평균 20% 이상의 IRR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VC업계 관계자는 “국내 벤처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VC들이 해외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화로 승부

국내 VC들이 중국 벤처투자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지화’가 자리 잡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에 사무실을 내고 현지 인력을 채용한 덕분에 중국 벤처기업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입수, 적기에 투자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2006년 중국에 진출한 한국투자파트너스는 현재 베이징과 상하이 사무소에 14명의 투자인력을 두고 있다. KTB네트워크는 2000년 베이징에 진출한 뒤 한동안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2006년 상하이에 사무소를 내고 난 뒤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현재 7명의 투자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LB인베스트먼트는 2007년 상하이 사무소를 열었고, 투자인력은 5명이다.

이 밖에 스틱인베스트먼트, 린드먼아시아, 엠벤처투자도 중국 등 해외에 사무소를 내고 현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중국 현지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않고, 대만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때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투자했다.

미국, 유럽, 동남아로 영토 확장

국내 VC들은 중국에서 거둔 ‘성공 체험’을 앞세워 동남아시아와 유럽, 미국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해 국내 VC들의 해외 투자금액은 1951억원. 이 중 759억원을 중국이 아닌 미국 유럽 동남아에 있는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미국(22개사, 473억원) 이스라엘(8개사, 91억원) 대만(3개사, 81억원) 순이었다.

이렇게 국내 VC들이 지난해 해외 벤처기업에 투자한 곳은 9개국 62개 업체에 이른다.

지속적인 해외 투자를 위해 미국 등지에 사무소를 낸 VC도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지난 9월 미국에 지사를 내며 북미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앞으로 현지 인력을 추가로 채용해 규모를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다른 VC들도 중국 외 국가에 지사 설치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