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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리포트] '신 산업' P2P금융에 해묵은 대출 규제…1년6개월 만에 '고사 위기'

입력 2016-11-29 17:54:54 | 수정 2016-11-30 05:04:22 | 지면정보 2016-11-30 A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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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P2P 대출 가이드라인' 논란

금융위
선 대출 후 투자금 받아 충당 P2P 대출 방식, 대부업과 같아
"투자자 모집 후 대출해줘야"

P2P업계
중금리 대출 수요자 1800만명
'급전' 원해…빠른 대출이 생명
"일본계 저축은행들만 혜택"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P2P대출 법제화를 위한 입법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위원회가 이달 내놓은 가이드라인이 전형적인 포지티브(원칙금지 일부 허용) 규제라며 반발했다. 한국P2P금융협회 제공기사 이미지 보기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P2P대출 법제화를 위한 입법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위원회가 이달 내놓은 가이드라인이 전형적인 포지티브(원칙금지 일부 허용) 규제라며 반발했다. 한국P2P금융협회 제공


30대 후반의 남성 직장인 김모씨는 올초 갑자기 아버지가 쓰러져 어려움을 겪었다. 급히 수술비가 필요했지만 은행 대출 한도는 꽉 차 있었다. 당일 대출을 받으려면 연리 30%에 달하는 저축은행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다급한 와중에 한 지인으로부터 개인 간(P2P) 금융업체를 소개받았고 이를 통해 담보 없이 연리 6%로 2500만원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김씨는 “덕분에 큰 고비를 넘겼다”고 업체에 감사 편지까지 보냈다.

김씨가 ‘급전’을 중금리(연 4.5~18%)로 빌릴 수 있었던 건 개인투자자들과 대출자를 연결해주는 P2P 금융업체 덕이다. 하지만 P2P 금융은 국내에 등장한 지 1년6개월 만에 고사 위기에 처했다. 금융위원회가 업체들이 자기자본을 이용해 대출해주는 것을 막는 방침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저축은행의 고리 대출보다 값싸게 급전을 빌릴 수 있는 약 1800만명의 ‘신용 4~6등급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신산업 등장 가로막는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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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 Images Bank

금융위는 지난 2일 ‘P2P 대출 가이드라인 제정 방안’을 발표했다. 개인투자자의 투자 한도를 1000만원 이하로 제한하고 P2P 금융업체의 자기자본 대출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내에서 P2P 대출은 지난해 5월 렌딧이라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처음 시작했다. 이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소액(주로 500만원 전후)의 투자금을 받고, 이를 활용해 일반은행에서 대출이 불가능한 사람들에게도 중금리로 돈을 빌려준다. 별도 영업점이 없고, 머신러닝(빅데이터를 활용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대출자의 리스크를 관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게 해당 업계 설명이다. 이미 미국, 영국, 중국 등에서는 성업 중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연리 30% 정도의 저축은행 대출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1년6개월 만에 누적 개인 대출액이 680억원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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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융위의 ‘자기자본 대출 금지’ 조항 때문에 P2P 업체들은 전부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그간 P2P 업체들은 자기자본으로 선(先)대출해준 뒤 투자금으로 이를 충당했다. ‘급전’을 필요로 하는 대출자들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서다.

그러나 금융위는 이 같은 영업방식이 ‘대부업과 다를 바 없다’며 금지하기로 했다. P2P 업체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투자자와 대출자를 연결해준다는 점에서는 ‘투자중개업’이고, 대출을 해준다는 점에서는 ‘대부업’ 성격이 있다. 금융위가 “두 업종을 같이할 수 없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투자중개업체로서 먼저 투자를 받고 그 돈으로만 대출을 해주라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방침이 “사업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중금리 대출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금리보다 시간이 중요하다. 당장 대출을 못 받을 바에야 저축은행의 고금리를 택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소비자가 크게 줄 수밖에 없다.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가

P2P 금융을 하는 스타트업들은 창업 이후 정부의 잇단 규제에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는 지난해 갓 창업한 P2P 금융업체들에 ‘대부업 자회사’를 만들라고 요구했다. 투자중개업이 사업 목적인 P2P 금융업체들이 대출을 하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외국에선 이런 것도 필요 없지만 업체들은 정부 지시대로 대부업 자회사를 만들었다. 그러다가 이번엔 갑자기 선대출 금지 방침까지 내놓은 것이다.

P2P 대출업체들의 대부업 자회사는 대부업체지만 자기 돈으로 대출을 못하는 이상한 처지에 놓였다. 금융위는 대신 P2P 금융업체들에는 일반 대부업체들에 적용되는 ‘대출 한도는 자본금의 10배까지’라는 규제는 풀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는 선대출 규제 자체가 사실상 ‘영업 중단 선고’와 마찬가지여서, 대출 한도 규제를 풀어준 건 소용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편익이 증대했는데 정부가 이를 규제로 막아서는 것은 전형적인 포지티브(원칙금지 일부허용) 규제 시스템이라고 지적한다. P2P 금융업은 미국, 영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고영하 엔젤투자자협회장은 “P2P 금융업을 막으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들이 본다”며 “이 같은 규제는 젊은 창업가들이 애써 만든 신사업을 대부분 일본계인 저축은행들에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P2P 금융

투자자와 대출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 중개업체는 투자자들로 부터 모은 돈을 기반으로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을 해 준다. 별도의 영업점이 없고 머신러닝 등 첨단 알고리즘으로 대출 부도 리스크를 관리해 4~6등급 신 용등급자에게도 4.5~18% 정도의 ‘중금리’로 대출을 해 준다. 보통 중개업체가 자기자본으로 먼저 대출을 한 뒤 투자자를 모으 는 방식을 쓴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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