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도 걱정하는 기업인 청문회…정몽구 회장 역대 최고령 증인
재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달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아홉 개 그룹 총수들이 한꺼번에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불려 나오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돼서다. 내년이면 80세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고령인 총수들도 많아 기업들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번 청문회가 ‘마구잡이식 증인 채택’으로 기업인을 상대로 호통을 치거나 공개 망신을 주는 ‘정치 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 외신들은 벌써부터 한국 기업의 대외신인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 아홉 명과 일부 전문경영인들은 내달 6일 오전 10시에 시작되는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서다. 청문회 종료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재계에선 “연로한 기업 총수들이 단 몇 분간 대답하기 위해 오전부터 하루 종일 증인석에 앉아 있어야 하는데,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한 10대 그룹 임원은 “적어도 여야가 운용의 묘를 살려 질문과 진행 방식을 실효성 있게 해줘야 한다”며 “정치권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청문회 기업인 증인은 역대 최대 규모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정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 기업 총수 아홉 명이 함께 나온다. 전문경영인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대기업 총수 아홉 명의 평균 나이는 66.4세다. 정 회장은 1938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79세다.

역대 청문회 기업인 증인으론 가장 나이가 많다. 1988년 5공 청문회에 나간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당시 73세였다. 1997년 한보 사태 청문회에 참석한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은 77세였다.

정 회장에 이어 손 회장(78)과 구 회장(72) 순으로 나이가 많다. 손 회장은 지난 7월 폐암 수술을 받은 뒤 치료 중이기도 하다.

청문회와 앞으로 이어지는 특별검사 조사 등에 따른 대외신인도 하락 및 반(反)기업 정서 확산에 대한 재계 고민도 많다.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 사업계획 수립, 신성장동력 발굴 등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부회장과 정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는 것에 정치인들이 합의했는데, 이는 경제 심리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기업들이 브랜드 신뢰도에 큰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