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6개월 장고, 왜?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놓고 약 6개월에 걸친 ‘장고’에 들어가겠다고 밝히면서 통상과는 다른 전환 방안을 고민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향후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나눌 때 다른 지주회사 전환 기업들과 달리 사업회사를 존속회사로 삼는 방안이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지주회사 전환을 공시한 상장사 9개가 모두 사업회사를 분할·신설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삼성전자가 이들 기업과 같은 방식을 택하면 해외 각지에 있는 특허권과 사업권, 상거래 계약 등을 신설 사업회사로 이전해야 한다. 이 경우 사업회사가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계약을 파기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 지적이다. 이전 과정에서 거액의 관련 비용과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도 우려된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은 이전해야 할 각종 권리나 계약 등이 수천, 수만 건이어서 사업회사를 신설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업회사를 존속회사로 삼으면 이런 문제를 피할 수 있다. 다만 별도 사업이 없이 주식만을 보유한 지주회사를 떼내는 것은 일종의 ‘자산 이전’으로 간주해 분할과정에서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가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면 분할에 수반되는 수십조원 규모의 주식 교환과정에서 수조원의 법인세가 부과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분할 방식에 따라 이 같은 세금 부과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인세법 시행령 82조의2에서는 신설법인이 공정거래법에 따른 지주회사로 설립되면서 지배주주로서 보유하는 주식만을 이전받으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존에는 ‘지배주주로서 보유하는 주식’에 자사주가 포함되는지 여부가 논란이었다.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12.8% 규모의 자사주를 넘겨받지 못하면 사업회사 지배가 어려워진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