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혼란을 틈타 또다시 황당한 의원입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 환노위는 엊그제 채용절차공정화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입사원서에 사진 부착과 신체조건 등의 기재를 금지하고 어기면 벌금형(500만원 이하)에 처한다는 게 핵심이다. 앞서 설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이름 대신 번호로 부르지 못하게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9대 때 폐기된 법안이 재탕된 것이다. 김종훈 의원(무소속)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월 2회)을 매주 일요일로 확대하고 영업시간을 밤 10시로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내놨다. 백화점 면세점까지 강제 휴무하게 하고 추석과 설날은 반드시 문을 닫게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입법 취지야 그럴싸하다. 채용 시 용모나 키 체중 등으로 차별하는 것은 근절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력서에 사진조차 없으면 무슨 수로 신원을 확인하고 대리 응시를 차단할 수 있을까. 되레 공정한 채용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게 경영계의 우려다. 학생을 이름으로만 부르라는 법도 인격권 침해를 막겠다는 ‘좋은’ 취지다. 하지만 학교에서 개선 추세인데 굳이 법으로 강제할 일인지 의문이다. 골목상권을 살리는 데 거의 효과가 없는 대형마트 강제휴무를 더 늘리면 누구에게 피해가 갈지 고려조차 없다. 게다가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면세점 백화점까지 쉬게 해 얻을 실익은 무엇인가.

20대 국회 들어 3535건의 의원입법안이 발의됐다. 6개월 만에 19대 국회 4년간 1만5444건의 5분의 1을 넘어섰다. 지금 추세면 2만건을 훌쩍 넘길 가능성도 있다. 의원입법안 중에는 황당하다 못해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것이 수두룩하다. 퇴근 후 카톡 금지, 극장 예고편 상영 제한, 최고 임금 규제 등 세계 어디에도 없는 법안이 쌓여 있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게 아니라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규제·금지·처벌하겠다는 것을 법인 줄 안다. 여야 구분도 없다. 알량한 지식으로 복잡다단한 개개인의 삶을 일일이 법으로 규정하려 든다. 이런 식이면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며 부부 잠자리 횟수까지 법으로 정하겠다고 달려들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