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街) 총동아리연합회 회장 명맥이 끊기고 있다. 각 대학별로 진행되는 회장 선거가 속속 무산되고 있다. 취업난 속에서 총학생회장에 이어 총동아리연합회 회장마저 맡겠다는 학생이 없다.

연세대 총동아리연합회는 “입후보자가 없어 내년도 회장 선거가 무산됐다”며 “내년 3월 다시 선거를 치를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총동아리연합회는 캠퍼스 내 동아리들을 대표하는 ‘동아리의 학생회’다. 입후보자가 없어 회장 선거가 열리지 않은 것은 이 대학 총동아리연합회가 생긴 198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연세대는 대학가에서 최초로 ‘동아리’라는 단어를 쓴 대학으로 전통적으로 동아리 문화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입후보자가 없는 것은 취업난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동아리연합회 활동 경력이 더 이상 ‘스펙’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회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학생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올해 회장을 맡았던 신영록 씨(23·스포츠레저학과)는 “동아리보다는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경영학회나 마케팅학회, 스터디를 선호하는 추세”라며 “동아리 전통이 강한 학교인데 대가 끊기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서강대도 입후보자가 없어 내년도 총동아리연합회 회장 선거가 무산됐다. 입후보자 등록 기간인 지난 12일까지 회장 선거에 나선 학생이 아무도 없었다. 이 대학 총동아리연합회 설립(1989년) 이후 처음이다. 기존 총동아리연합회는 지난 13일 임기를 마쳤고, 내년 3월까지 비상대책위원회가 연합회를 운영한다. 연합회는 내년 3월 재선거를 치를 계획이다. 지난해 총동아리연합회 부회장을 지낸 홍지수 씨(21·아트&테크놀로지학과)는 “회장이 대표라기보다는 허드렛일을 하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총동아리연합회의 위상이 갈수록 낮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박상용/구은서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