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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는 완성할 수 없는 보석…녹슬지 않게 60년 갈고 닦았죠"

입력 2016-11-29 18:14:21 | 수정 2016-11-30 01:45:20 | 지면정보 2016-11-30 A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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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60주년 기념작 '세일즈맨의 죽음' 무대 서는 이순재

내달 13~22일 아르코예술극장서 주인공 로먼 역 네 번째 맡아
"시켜줄 때까지 무대 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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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순재(82)는 한국 문화계의 ‘살아있는 역사’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배우 인생을 시작했고, 1960년 극단 ‘실험극장’의 창단 멤버로 소극장 운동을 시작했다. 1961년 KBS 개국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다’로 브라운관에 데뷔했으며, 1966년 배우 신성일과 함께 출연한 영화 ‘초연’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무대와 TV, 스크린을 누비며 배우로 살아온 지 60년. 다음달 13~22일 열리는 데뷔 60주년 기념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을 앞두고 공연장인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만난 그는 “결국 ‘배우의 예술’인 연극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했다.

“이 작품은 저와 인연이 깊습니다. 주인공인 윌리 로먼 역은 이번이 네 번째예요. 처음으로 출연료를 받고 무대에 선 것도 1978년 고(故) 김의경 선생 연출로 올린 ‘세일즈맨의 죽음’이었어요. 그 전에는 출연료라는 것을 받아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때 얼마를 받았는지는 아직도 몰라요. 너무 황송해서 열어보지도 못하고 고이 간직했거든요.”

그의 연기 인생은 서울대 철학과 재학 시절 로렌스 올리비에 주연의 영화 ‘햄릿’을 보며 시작됐다. “저 정도면 연기도 예술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과 동기들은 대부분 고시 공부를 하거나 신문사에 들어가거나 했는데, 난 연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영화를 좋아했는데, 영화배우는 인물이 미끈한 이들이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연극을 시작했습니다.”

배고픈 나날의 연속이었다. TBC 개국 뒤에는 닥치는 대로 영화나 TV에 출연했다. “영화를 한 번에 10편씩 계약하고 찍으러 다녔어요. 어떤 날은 하루를 4등분해서 4개 작품에 출연했지요. 한 달에 1주일만 집에 있고, 나머지는 계속 촬영하러 다녔어요.”

3~4개월씩 공백기가 생길 때도 있었다. 불안해하던 그의 아내는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 만두가게를 차렸다. “옆에서 매우 불안했나 봐요. 그래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한 거지. 허허.”

드라마 ‘고독한 관계’를 시작으로 김수현 작가와 인연을 맺었고, 이후 대원군 역할로 그를 다시 일으켜준 대하드라마 ‘풍운’, 최장수 일일연속극 ‘보통 사람들’ 등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러던 와중에도 꼬박꼬박 연극 무대를 찾았다. 연극은 배우가 스스로의 연기 상태를 점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대본도 늦게 나오고, 배우가 작품과 배역을 소화할 틈도 없이 ‘속전속결’로 끝나버려요. 한 번 실수하면 ‘죄송합니다. 다시 하겠습니다’ 하면 그만이죠. 연극은 달라요. 배우가 작품 전체를 이해하고 관통하고 있어야 해요. 배우가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연기력이 얼마나 녹슬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게 연극 무대입니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는 말이 맞더라고요.”

배우 인생 60주년을 맞은 지금, 자신의 연기에 만족할까. 그는 “연기란 오랜 시간 갈고 닦아 모양을 내야 하는, 완성할 수 없는 보석”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재미있어요. 금방 완성돼 버리면 심심한데, 자꾸 새로운 걸 찾아갈 수 있으니까요. 아무리 막장 드라마처럼 보여도 그 역할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거든요.”

언제까지 무대에 서고 싶으냐고 물었다. “글쎄 이것도 누가 시켜줘야 하는 거니까…. 시켜줄 때까지는 무대에 서지 않을까요. 하하.”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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