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 ‘한국의 위험한 순간’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한국은 앞으로 수개월 동안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시기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에서 ‘최순실 스캔들’로 탄핵정국이 조성되고,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권력 이양이 이뤄지고 있어 북한의 오판 가능성이 크게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WSJ는 “한반도는 항상 위험했지만 앞으로 몇 개월간 특히 더 그럴 것”이라며 “변덕스럽고 핵으로 무장한 북한이 미국 정권이양 시기에 탄핵정국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을 여전히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등 주변인물이 검찰에 기소된 사실을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해 강경안 입장을 보여왔던 박 대통령이 임기를 15개월 앞두고 국정 지지율이 4%까지 떨어지는 등 정치적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이 한국의 혼란을 기회로 생각할 수 있어 위험한 시기”라며 “김정은은 주변 상황이 아주 좋을 때도 예측이 불가능한 성격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김정은이 한국 사회의 민주적 논의 과정의 소음을 잘못 읽고 내년 초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앞두고 공격의 빌미를 찾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 신문은 1950년 한국전쟁의 발발이 한국을 미국의 방어선에서 제외하는 이른바 애치슨라인에서 비롯됐다면서 최근 상황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어 “세계의 독재자들은 항상 미국의 새로운 지도자들을 시험한다”며 “북한의 공격에는 파괴적인 힘이 가해진다는 것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