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난관에 부딪친 가운데 브렉시트 계획을 두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가 신경전을 벌였다.

드라기 총재는 2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 의회에서 “장기적으로 무역, 이민, 외국인 직접투자 관점에서 (브렉시트가) 영국의 혁신과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생산성과 잠재적 생산에도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드라기 총재는 영국 정부의 부진한 브렉시트 협상 접근을 두고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빨리 협상과정에 대한 명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라기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이틀 전 “카니 총재가 내달 EU 집행위원회에서 브렉시트로 인한 충격은 영국보다 EU가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데 따른 것이다. 카니 총재는 이날 영국 시중은행장들과의 모임에서 EU를 향해 “브렉시트 이후 협상 내용에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으면 유럽 금융시스템에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며 “협상이 마무리된 이후라도 지금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협약을 맺어야 한다”고 밝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내년 초부터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3일 영국 고등법원이 의회의 승인 없이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를 진행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계획이 좌초됐다. 영국 정부는 항소했지만 대법원 판결은 내년에 나올 전망이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 등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정치 리스크가 혼재해 있다”며 “ECB는 성장에 초점을 맞춘 완화적 조치를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CB는 내달 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완화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연장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