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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태의 데스크 시각] 조원동의 추락

입력 2016-11-28 17:39:52 | 수정 2016-11-29 00:09:23 | 지면정보 2016-11-29 A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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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태 경제부장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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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조원동은 엘리트 관료로서 극과 극을 오갔다. 그의 인생 부침은 드라마틱하다. 옛 재정경제부 시절엔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5년 내내 한직을 전전했다. 실세 장관 강만수의 눈밖에 난 게 컸다. 절치부심하던 그는 2013년 2월 삼청동 안가(安家·대통령 안전가옥)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면접을 거쳐 초대 경제수석으로 발탁된다. 언젠가 사석에서 “대통령과 두 시간 독대하면서 조원동표 경제정책을 만들어보겠다는 자신감과 의욕이 넘쳤다”고 했다.

그는 경제수석이 되자마자 각종 정책과제를 밀어붙였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있었지만 누가 봐도 실세는 조원동이었다. 의욕이 넘치다 보니 ‘거위털’ 발언 같은 설화(舌禍)도 여러 번 겪었다. 하지만 매번 “내가 보기보단 맷집이 세다”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용도폐기된 '테크노크라트'

그런 그가 한순간 ‘부역자’로 낙인찍히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민간기업(CJ) 오너의 퇴진을 압박하고, 또 다른 기업(포스코) 인사에 개입했다는 혐의가 드러나면서다.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검찰 기소와 법원의 유죄 인정 가능성은 남아 있다.

두 가지 혐의 모두 정권 첫해인 2013년에 벌어진 일이다. 경제수석으로서 한창 ‘끗발’을 날리던 때다. 사실 그에게 ‘VIP 뜻’을 이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서기관 때부터 비슷한 경험을 숱하게 한 그다. 외환위기 직후 그룹 간 빅딜이 진행되던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독대 자리로 불러 “LG반도체를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놨을 때, 심부름을 한 청와대 행정관이 바로 조원동이다. 그런 일을 겪은 그로선 민간기업 오너 한 명 몰아내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조원동은 본인의 지금 처지에 대해 “정치게임에 휘말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게임은 세력싸움인데, 본인처럼 세력 없는 사람은 어디서든 불쏘시개로 활용될 뿐이란 얘기다. 한때 ‘정권의 용병’으로 기용됐다가 지금은 용도폐기된 관료기술자로서의 한계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私僕 콤플렉스 극복해야

그를 아낀 한 전직 장관은 “자기실현 욕구가 강하고 목표 의식이 분명한 전형적인 성공 지향형 관료”라고 말했다. 조원동은 경제수석 당시 장관이나 경제부총리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출세가 관료의 생존 본능이라면, 위로 올라갈수록 권력에 복종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후배 관료들은 조원동에 대해 “영혼을 팔았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윗분의 지시를 감히 거역할 수 있었을까. 조원동의 경기고 동창으로 이명박 정부 때 경제수석을 지낸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내가 그 상황에 놓이지 않았다는 걸 고마워할 수밖에”라고 한 건 차라리 솔직한 고백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경제부총리로 지명된 날 기자간담회에서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지만 분명한 영혼이 있다. 국민을 위하겠다는 영혼”이라고 했다. 정권의 시녀로 일하는 사복(私僕)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복(公僕)으로서의 자긍심을 대변하기 위한 말이다. 하지만 이 땅의 100만 공무원 가운데 공직에 입문할 때 다짐한 공복으로서의 자세를 아직까지 간직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선배들이 무너뜨린 ‘공복의 자존심’은 공무원 스스로 세울 수밖에 없다.

정종태 경제부장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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