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만 끈 전기료 누진제 완화
“일시적 폭염에 따른 포퓰리즘에 부화뇌동해 한국전력을 손쉽게 적자의 늪에 빠뜨리는 건 결국 미래 세대에 기후변화 대응 부담을 떠넘기는 일입니다.”(장병천 에너지합리적이용실천연대 대표)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의 화두는 단연 ‘지속가능성’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4일 내놓은 주택용 누진제 완화 방안에 대해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데 급급한 나머지 에너지정책의 장기적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빠졌다”며 질타했다. 단순히 누진제 완화에 그치지 말고 전력산업과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깊은 논의가 이뤄졌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누진제 완화 방안이 시행되면 12월부터 전기요금은 현재보다 평균 11% 싸진다. 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한국의 주택용 전기료는 지금도 세계적으로 가장 저렴한 수준인데 이번 개편으로 더욱 하향 조정됐다”며 “에너지원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가격이 오를 필요성이 있다는 공감대 형성이 절실하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한전의 전력 구입가격과 송·배전 변동비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1~2년간 비용 상승 요인이 산적한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요율이 책정됐다”고 꼬집었다.

누진제 완화에 따른 비용부담(연간 1조원가량)을 한전이 떠안은 것에도 문제제기가 쏟아졌다. 조성경 명지대 교수는 “‘요금 폭탄’ 제거에만 초점을 맞췄다가는 자칫 한전의 설비투자와 안전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력 수요가 폭증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이른 시일 내 에너지 수요 변화를 감안한 가격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참에 전기요금 결정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은 “전기요금 결정 체계를 투명하고 합리적인 구조로 바꾼 뒤 정부가 예상되는 비용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형주 경제부 기자 ohj@hankyung.com